지방선거 연기의혹시비"쐐기"-金대통령 기자간담에 담긴뜻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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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은 25일 취임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그동안의 지자체 선거를 둘러싼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金대통령은『지자체선거는 법대로 6월27일 실시할 것』이라고 말하고 기자들이 계속 연기의혹설을 제기하자『대통령이 한다면 하는 것』이라고 소리를 높였다.
다만 金대통령은 행정구역개편이나 3단계 행정계층구조 개편문제에 대해『일제때부터 87년간 내려온 것인만큼 고쳐야 하지만 시간이 없다』면서『선거전에 고칠 수 있는 것은 충분히 논의돼야 할 것』이라고 공론화를 지시했다.
이날 金대통령의 발언으로 지난14일 김덕룡(金德龍)사무총장의발언이후 10여일동안 정치권의 최대관심사로 떠올랐던 행정구역개편및 지자체선거 연기의혹은 불식됐다.그동안 이홍구(李洪九)총리와 이춘구(李春九)민자당대표가 각각 임시국회 국 정보고와 대표연설을 통해 지자체선거를 예정대로 실시한다고 했지만 의혹은 가라앉지 않았다.
金대통령은 이날 취임2주년과 관련한 기념행사를 별도로 갖지 않았다.이날아침 全국무위원과 청와대 수석비서관,민자당 주요당직자들과 조찬을 함께한 것 이외에는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만났을 뿐이다.그 형식도 공식적인 의미를 지닌 기자회견을 피하고 비중이 덜한 기자간담회였다.이 때문에 지자체 연기등의 메가톤급 발언은 없을 것으로 짐작됐다.
金대통령은『할 말이 있다』며 기자간담회를 자청했다.그 할 말의 내용은 이미 예고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이날 金대통령은 간담회에서『현안과 관련해 얘기하겠다』면서 말을 꺼냈다.
金대통령은 이날 입장을 정리하겠다는 의사를 갖고 있었다.여러가지 정황을 살펴보면 이번 논의과정이 치밀하게 짜인 각본대로 움직였다고 보기는 힘들다.李대표와 金사무총장의 입장이 달랐으며온갖 의견이 중구난방으로 쏟아졌다.
민자당의 의견도 전혀 통일되지 않았다.이를 두고 역할분담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됐으나 아무래도 치밀하지는 않았다는 평가다. 金대통령은 기초단체장의 정당공천엔 분명한 반대입장을 갖고있으며 이번에 실시되는 지자제는 미국식의 지방자치가 아니라는 인식이 확고하다.중앙정부가 검찰권과 경찰권.세무행정권을 갖고 있고 대통령이 국군통수권과 외교권을 갖고 있다는 것 이다.그런점에서 대통령은 지방정부라는 말을 쓰는 것을 가장 싫어한다.金대통령은 기초.광역단체장들이 정치인과는 다른 행정가라고 못박았다. 이런 논의 과정에서 김덕(金悳)통일부총리와 정형근(鄭亨根)안기부1차장이 물러났다.여권의 손실은 이래저래 적지 않았다.
그렇지만 소득도 없지 않았다.
현행 행정구역과 시도-시군구-읍면동의 3단계 행정체계를 그대로 둔채 선거를 실시할 경우 문제가 많다는 것을 어렴풋이나마 국민들에게 심어주었다.논의가 진행되는 동안 자유민주연합의 움직임도 거의 주목을 끌지 못했다.일단 선거연기론은 불식이 됐다.
그러나「선거전 가능한 것을 고쳐야한다」는 부분에 야당이 강하게 거부하고 나와 앞으로의 논의 전개과정이 주목된다.
〈金斗宇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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