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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냉키 미 FRB의장 조롱송과 뮤직 비디오 인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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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차 시장의 신뢰를 잃고 있는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을 조롱하는 노래와 뮤직비디오가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전격적인 금리 인하 조치 발표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시장의 환영을 받지 못한 23일 하루, 이 노래와 뮤직비디오가 미국 네티즌들 사이에서 최고의 인기를 끌었다. 일부 네티즌들은 ‘최근 들어본 것 가운데 최고의 경제 유머’라고 평하기도 했다. 이 노래와 뮤직비디오가 인기를 끈 것은 버냉키 의장의 실착을 예고하는 듯한 대목 때문이다. ‘처음으로 당신(버냉키 의장)이 입을 열었을 때, 시장 금리는 오히려 더 뛰지 않을까? 수요는 가라앉는 반면 (채권의) 수익률 곡선은 튀어오를 걸.’

이 노래가 처음 만들어진 것은 2005년 10월 버냉키가 FRB 의장으로 임명된 직후. 의장직을 놓고 버냉키와 경합했던 글렌 허버드(Glenn Hubbard)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장의 제자들이 만들었다. 당시 허버드 교수는 미국 경제를 버냉키보다 더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2기 부시 행정부 초기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직을 역임한 허버드는, 현재 미 공화당 유력 대선 후보인 미트 롬니 전 메사추세츠 주지사의 자문역을 맡고 있다.

이 패러디 곡의 원곡은 스팅이 이끄는 폴리스가 1983년 발표해 크게 히트한 ‘Every Breath You Take'.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MBA) 학생들은 이 노래의 가사를 허버드 학장의 애끓는 심정으로 바꿨다. “당신이 숨 쉴 때마다, 이자율을 바꿀 때마다, 일자리를 얼마나 못 만들어 내는지, 우리가 얼마나 스태그플레이션에 시달리는지 분명히 지켜보고 있을 거야.’

뮤직비디오에는 외모까지 허버드 학장을 빼닮은 학생이 등장해 노래를 한다. 4분짜리의 이 동영상에서 허버드 대역은 버냉키로 분한 학생을 때리고, 가짜 수염을 뽑기도 한다. ‘나는 밤마다 당신의 얼굴을 갈기는 꿈을 꿔’라는 가사와 ‘당신의 수염이 가짜라는 데 내기를 걸겠어’라는 노랫말이 등장하는 부분에서다. 버냉키 의장에 실망한 상당수 네티즌들은 이 대목에 ‘통쾌하다’는 취지의 댓글을 달아놓았다.

처음엔 버냉키 풍자송과 뮤직비디오가 의장 임명 경쟁에서 패한 허버드 학장의 울분을 제자들이 대신 토로해준 정도로만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불과 2년만에 서브프라임(비우량 장기주택담보대출) 부실로 인한 금융 불안과 경기 침체 우려가 예상보다 심각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네티즌들이 버냉키의 실책을 예고한 허버드(혹은 제자들)의 혜안을 신기한 듯 주목하게 된 것이다.

버냉키 의장은 취임 이후 도덕적 해이에 대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줄곧 금리 인하 조치로만 시장 불안에 대응해왔다. 이 때문에 전임자인 그린스펀에 비해 관리 능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에 직면해왔다.

이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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