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출간된 『홍콩 주둔 10년』이라는 책에 홍콩 주둔 중국 병사들의 애환이 소개됐다. 인민해방군 광저우(廣州)군구 정치선전부 쑤위광(蘇玉光) 부부장 등 장교 3명이 집필한 책이다. 1997년 홍콩의 중국 반환 직후부터 인민해방군은 1개 사단 규모의 병력을 홍콩에 주둔시키고 있다.
이 책에 따르면 중국 사병은 평균 네 차례 이상 현지 여성에게 구애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미남 병사가 주로 담당하는 정문 위병 근무자는 부대 정문을 찾아와 사귀자고 요구하는 여성들이 많아 이들을 되돌려 보내는 게 주업무가 됐을 정도다. 대륙에 여자 친구를 두고 온 사병의 홍콩 생활은 고통 그 자체다. 영내에서 휴대전화와 인터넷 사용이 금지돼 있어 서로 소식을 전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홍콩 복무 1~2년 후 헤어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사병들은 외출이 엄격히 제한돼 있고 영내 오락시설도 적어 외로움을 호소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좌변기를 사용한 적이 없는 사병은 처음에는 화장실이 고통 그 자체다. 좌변기의 불편함을 호소하다 2주가 지나야 겨우 적응하기 시작한다. 사회주의 국가의 군인이 세계 최고 자본주의 도시인 홍콩의 선진문화에 적응해 가는 과정이다.
신병들에겐 유독 변비·탈장 환자가 많다. 군율이 엄하다 보니 너무 긴장해서 생기는 병이라고 한다. 평생 군용 차량을 본 적이 없는 홍콩인들은 군용 트럭도 신기해한다. 이 때문에 2004년 홍콩 입법회의 선거에서는 일부 후보자가 군용 차량을 선거 홍보에 쓰겠다며 정식으로 부대에 임대 요청을 하기도 했다. 이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군 차량은 경찰의 검문을 받지 않기 때문에 범죄 유혹도 있다. 운전병의 경우 일부 범죄조직으로부터 대륙과 홍콩 간 밀수에 가담하라는 유혹을 받기도 한다. 쑤 부부장은 “중국 군의 위엄을 지키고 국가 수호의 신성한 소명을 다하기 위해 병사들은 매일 참을 인(忍)자 세 개를 마음속에 품고 복무하고 있다”고 전했다.
홍콩=최형규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