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리 ‘전격 인하’ 세계 증시 영향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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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급한 불은 껐다. 하지만 좀 더 지켜보자.”(투자자)

“1540? 1715? 헷갈려 말 못하겠다.”(애널리스트)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 인하로 증권시장은 일단 한숨을 돌렸다. 그러나 앞으로 시장이 어떻게 움직일지에 대해선 투자자도 증권업계도 자신 있게 답을 못 하고 있다. 피델리티자산운용은 23일 “한국 시장은 최근 과도하게 조정받았기 때문에 추가 하락 위험성이 크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내 증권사는 여전히 시장을 불안하게 보는 목소리가 크다.
 

◇한숨 돌린 증시=23일 새벽 미국 뉴욕증시가 하락세로 마감했으나 이는 전날 유럽증시 폭락분을 반영한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유럽이 22일 폭락했을 때 뉴욕은 휴장했기 때문에 덜 떨어졌던 걸 감안하면 주가가 반등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23일 아시아 시장이 일제히 반등한 것도 이런 해석을 뒷받침한다. 전날 급락했던 홍콩 항셍지수는 10% 넘게 반등했고 한국·일본·중국 증시도 2~3% 오름세로 끝났다.
 
◇하락세 멈출까=피델리티 김태우 주식형 펀드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한국 주가가 많이 하락해 주가수익비율(PER)이 10배로 떨어졌다”며 “이 정도면 다른 아시아 국가와 비교할 때 투자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기업 실적에 비해 주가가 그만큼 많이 빠졌다는 얘기다.

그는 “새 정부가 다양한 규제 철폐를 통한 경기 부양과 기업의 활동 환경 개선에 역점을 두고 있어 한국 경제도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따라서 글로벌 주식시장이 안정되면 한국 증시는 더 빠르게 반등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시장 불안이 해소되지 못했다는 의견이 만만치 않다.

삼성증권 김학주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인이 지금과 같은 소비 수준을 유지하려면 금리가 2%대로 내려가야 한다”며 “그때까지는 한국 주식시장도 조정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굿모닝신한증권 문기훈 리서치본부장도 “금리 인하로 미국 금융시장의 불안을 조기에 불식하는 건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국내 시장 안정의 관건은 결국 외국인 매도 공세가 진정되는 시점이라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내 펀드는 어떻게=이날 주가가 반등하자 펀드 환매 시기를 문의하는 전화가 많았다. 동양종금증권 골드센터 영업부 황찬규 과장은 “특히 중국펀드에 늦게 들어가 손실을 본 고객의 환매 문의가 많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아직은 본격적인 환매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잠시 주춤했던 펀드 설정액도 22일 다시 증가세로 반전했다.

펀드 전문가들은 손실을 20% 이상 본 펀드는 가급적 조기에 환매하기보다 장기 투자로 안고 가는 게 낫다고 조언한다. 다만 한쪽에 몰아서 투자한 경우엔 주가가 반등할 때 일부 환매해 분산투자하는 것도 수익률을 방어하는 방법이다. 채권형 펀드는 포트폴리오 보완 차원에서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채권형 펀드는 주가가 오를 때는 힘을 쓰지 못하지만 요즘처럼 주가가 빠질 때는 위험을 분산하는 효과가 있다. 실제로 연초 이후 주식형은 대부분 마이너스 수익률을 냈지만 채권형은 미미하나마 플러스 수익률을 내고 있는 펀드가 많다. 한국투자증권 펀드분석팀 박승훈 부장은 “펀드에 가입하려다 미뤘던 투자자라면 지금부터가 투자의 기회일 수 있다”고 말했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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