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Story] ‘저금리 시대’ 다시 온다 … 재테크 U턴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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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 자금의 흐름도 뚜렷한 변화가 감지된다. 고수익을 좇아 은행을 떠났던 뭉칫돈이 고금리 정기예금으로 환류하는 ‘역(逆)머니무브’ 현상이 본격화하고 있다. 재테크 전문가들은 “ ‘금리 테크’에 보다 신경 쓰되 분산 투자의 원칙을 되새겨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기예금 서둘러라=‘고금리 특판예금’은 이제 끝물이다. 연초부터 불붙었던 예금 금리 인상 경쟁은 어느덧 사그라지고 있다. 우리은행은 21일부터 ‘하이미키예금’의 영업점장 전결금리를 연 0.3%포인트 인하했고, 24일부터 다시 0.2%포인트 내린다. 인터넷뱅킹 때 0.1%포인트를 더 주던 우대금리도 22일 폐지했다. 신한은행도 1년 만기 ‘파워맞춤 정기예금’ 금리를 연 6.4%에서 최근 6.2%로 낮췄다. 시간이 갈수록 인하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만큼 정기예금은 하루라도 빨리 가입하는 게 좋다.
 
◇대출은 늦춰라=지난해 10월 이후 쉼 없이 오르던 CD금리는 15일 5.89%를 정점으로 고개를 떨궜다. 덕분에 CD금리가 기준이 되는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사람들도 한숨을 돌리게 됐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돈 가뭄이 심했던 은행들이 대출을 바짝 조였었다”며 “증시로 떠났던 자금이 돌아오면서 여유가 생긴 만큼 다시 은행 간 대출 경쟁이 불붙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시기를 늦출수록 대출 조건이 나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자산 배분에 신경 써라=재테크 환경이 불안해질수록 위험을 분산시킬 필요가 있다. 특히 특정 자산에 ‘올인’한 투자자라면 포트폴리오를 다시 짤 필요가 있다. 신한은행 이관석 PB사업부 부부장은 “그간 주식형 펀드에만 투자해 왔다면 자금의 일부를 채권형 펀드로, 해외 펀드에만 가입했다면 국내·해외로 배분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주식 이외에도 원자재·금·곡물 등 실물에 투자하는 펀드의 가입을 고려할 만하다. 삼성증권 김학주 센터장은 “금리 인하로 급한 불을 끄긴 했지만 인플레이션이 시장의 문제로 부각될 것”이라며 “이런 때는 주식형 자산보다는 인플레이션에 적극 대응할 수 있는 금·곡물 등 원자재 관련 자산에 투자하는 것이 유망하다”고 제안했다.
 
◇“변화는 곧 기회”=증권사의 저금리 시대용 상품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주가연계증권(ELS)이 대표적이다. 주가가 내려도 연 20% 안팎의 고수익을 보장한다. 주가 하락과 저금리 시대에 안성맞춤일 수 있다. 유진투자증권 김정훈 대리는 “최근 주식시장이 급등락하면서 상대적으로 덜 위험한 ELS에 대해 문의하는 고객의 전화가 많았다”고 말했다.
 
변화는 곧 기회이기도 하다. 자산가들이 이용하는 하나은행 골드클럽의 경복궁역지점. 주가가 급락했던 22일 프라이빗뱅커(PB)들에게서 쉴새없이 전화가 걸려왔다. “펀드를 사야 하는 것 아니냐”는 문의였다. 이 지점 김현규 PB팀장은 “주가가 오르던 지난해에도 전혀 관심을 갖지 않던 보수적인 고객들까지 전화를 걸어 와 놀랐다”고 말했다.

조민근·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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