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공학, 득 될까 독 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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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공학이 공부에 도움이 된다-’
‘남녀가 한 반에서 공부하면 쓸 데 없는데 시간을 낭비한다-’ 

만사 제쳐두고 공부에만 ‘올인’해도 모자랄 재수생활. 남녀가 함께 공부하면 득이 될까, 독이 될까. 기숙학원간 학생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논쟁이 불붙고 있다.

남녀 가리지 않고 모집하는 게 증원에 도움이 되어서일까, 대부분의 기숙학원은 남녀 공학이다. 남학생만, 또는 여학생만 모집해 가르치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

이들 남학생 또는 여학생 전문 학원들이 논쟁의 불씨를 당기고 나섰다. 성균관 기숙학원이 지난해부터 남자 전문 학원으로 전환하면서 전문 학원들의 목청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들 학원은 학부모들을 향해 외친다.

‘남녀 공학에 가면 이성에 신경 쓰느라 공부가 되겠는가, 우리 전문 학원으로 오라.’
아예 남학생 전문, 여학생 전문임을 강조해 광고하는 추세다.

양정학원은 설립 때부터 여학생만 모집한 기숙학원이다. 이 학원 관계자는 “입시학원 중에서도 기숙학원은 학생들이 하루 종일 같이 생활해야 하는 데 남녀가 같이 있을 경우 여학생들이 종종 불편해 한다. 여학생들만 모여 공부하므로 외모에 신경 쓰느라 학습량이 줄거나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없다”고 말했다.

이들 학원은 중·고교 학생들의 남녀 분반과 합반에 따른 교육효과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 미국·영국에서의 변화의 움직임에 주목하라고 지적한다.
미국에서는 최근 남녀 분리수업을 하는 공립학교가 늘고 있다.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분리수업을 하는 공립학교는 거의 없었으나 2007년 집계 기준으로 남녀 분리수업을 하는 학교가 무려 250여 곳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고 그 수는 최근 더 늘고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남녀 분리수업이 합반보다 집중도와 학업 성취도가 높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발표되면서 학부모와 교육자들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문 학원 관계자는 주장한다.

미국 교육부는 이 같은 사회 분위기를 의식해 2006년 10월 각 지역 공립학교에 30년간 유지해오던 ‘남녀 분리수업 금지’ 원칙을 철회한다는 지침을 내리기도 했다. 미국 연구진들은 남녀 분반 수업을 할 경우 합반보다 여학생은 수학과 과학, 남학생은 어학과 문학 등 취약과목에서 집중도가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고 발표하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에서도 2006년 비슷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케임브리지대 연구팀이 4년 동안 50개 남녀공학 중학교를 대상으로 합반·분반과 학업 성취도를 조사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분반 수업이 학생들의 집중력을 높여 성적향상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학 학원들은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남녀 함께 공부할 때 서로 자극받아 성적을 올리는 데 도움이 된다며 일축한다.

한 학원 관계자는 "남자와 여자가 같이 생활한다고 해도 각각 관리는 따로 한다. 성별에 성향을 고려해 관리체계를 달리하기 때문에 전문학원과 다를 것이 없다”고 말했다.

남녀공학 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한 원장도 "재수는 심리적 안정이 명문대 입학의 향방을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친구들이 모두 경쟁자인 상황에서 의지가 되는 이성친구는 오히려 공부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남녀공학 학원을 다닌 Y군은 "학원에서의 대부분에 생활은 선생님들의 철저한 관리하에 있게 된다. 이성친구를 사귄다고 해도 같은 목표를 가지고 서로 의지하며 공부해서 좋은 성과를 거둔 친구들도 많다”고 말했다.

조용현 객원기자 jowas@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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