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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생 크게 늘고 강세 보일 듯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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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면

용인 대성기숙학원과 마이맥 강남 대성학원은 지난달 재수선행반을 모집했다. 대학의 합격자 발표 후, 재수를 결심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모집하는 정규재수반과는 달리 일찌감치 재수를 결심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하는 과정이다. 그 결과 지난해 12월 14일 정원이 차서, 모집은 조기 마감됐다. 비슷한 시기, 기숙학원인 용인종로학원에도 예년의 1.5배나 되는 학생들이 재수선행반에 지원했다.

이천 탑클래스기숙학원 김재성 이사장은 “우리 학원에도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많은 학생들이 재수를 하겠다며 입학해 있고 입학 문의 또한 지난해보다 많다”고 말했다.
미처 대학에서 합격자를 발표하기도 전에 일찌감치 재수를 결심하고 공부에 나선 학생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사관등용문학원 박항배 원장은 말한다.
“2008학년도에 처음 도입된 수능등급제로 손해를 봤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많다. 원점수 1·2점 차이로 등급이 내려가, 원하는 대학에는 지원조차 할 수 없었던 수험생들이 많았다. 여기에 승복할 수 없는 상위권 학생들이 일단 소신지원하고 실패할 경우 재수를 결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2009학년도 대입에서는 재수생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재수하기로 결심하고 기숙학원 등을 찾는 시기도 앞당겨졌다.

2008학년도 수능 원서접수 결과를 보면 2009학년도를 겨냥한 재수생 규모가 얼마나 될지 확연히 드러난다. 그에 따르면 재학생은 그 전 학년도보다 2만1000여명이 증가했고, 재수생은 2만5000여명 감소했다. 재수생 감소율은 22%나 됐다. 2007학년도에는 수능 등급제에 대한 부담 때문에 재수생이 불리할 것으로 예상해 재수하는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줄었었다.

박영수 포천한샘학원 원장은 “재학생 자연 증가분 2만1000명 중 상당수가 재수하기로 결심할 것으로 보여 올해 재수생이 지난해보다 30% 정도 늘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특히 억울하게 등급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중상위권 학생들 중 재수생이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울대, 연·고대와 의약계열 등 인기학과의 경쟁이 2009학년도 입시에서는 치열해질 것임을 예고하고 있는 셈이다.

2009학년도 입시에서는 재수생이 유리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수능이 강화되면 재수생이 재학생보다 유리하다. 재학생은 내신과 수능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하나 재수생은 내신에는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수능에만 ‘올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봉탑클래스 권기한 원장은 “2008학년도에는 수능 제도의 변화로 수능의 중요성이 줄어들었으나 결과를 보면 수능의 영향력이 결코 적지 않다. 2009학년도에는 원점수, 표준점수, 백분위 석차가 공개될 예정이어서 수능이 더욱 중요해지므로 재수생이 혜택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의 교육제도 혁신에 발맞춰 몇몇 대학들은 이미 내년 입시에서 논술을 보지 않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수능점수가 변별력이 있다면 굳이 논술을 볼 필요가 있겠느냐고 보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수능점수만 올리면 되는 재수생이 재학생보다 더욱 유리해질 수밖에 없다.

조용현 객원기자 jowas@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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