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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펀드런 오늘 내일이 고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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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펀드런, 오늘 내일이 고비다.”

 금융감독 당국이 펀드 자금 유출에 대비해 긴급 경보를 내렸다.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22일 자체 대책반을 구성해 펀드 환매를 포함한 시장 상황을 집중 모니터링하기 시작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세계 증시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악화되고 있어 투자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며 “펀드 환매 동향을 집중적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미국의 상황이 좋지 않은데도 국내 증시가 그럭저럭 버텨온 것은 주식형 펀드로 꾸준히 돈이 유입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투자자들이 고민 끝에 펀드를 환매하기 시작할 경우 증시 추가 하락→펀드 대량 환매→시장 혼란 등의 악순환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해 8월 이후 국내 주식형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은 모두 손실을 보고 있는 상태다. 펀드 평가사인 제로인에 따르면 21일 현재 6개월 수익률 1위인 ‘미래에셋디스커버리플러스주식형(C-A)’이 마이너스 0.3%였다. 최근 6개월 동안 굴린 국내 주식형 펀드는 모두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는 의미다. 자산액이 1000억원 이상인 603개 펀드의 6개월 수익률은 평균 -12.3%였다.

 이날 주가가 장중 한때 1600선 밑으로 밀리면서 증권사 지점마다 환매 여부를 묻는 전화가 쏟아졌다. 그러나 주가가 워낙 빠르게 하락하는 바람에 실제 환매에 나서는 고객은 많지 않았다. 우리투자증권 도곡렉슬지점 엄영섭 지점장은 “주가가 갑자기 너무 빠져 지금은 환매할 수 없지만 어느 정도 반등하면 환매하겠다는 분위기로 돌아서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당장 투매에 나서는 것은 손실만 키우기 쉽다고 지적한다. 허진영 제로인 펀드애널리스트는 “새로 펀드에 돈을 넣기는 위험한 상황이지만 지금 환매하는 것은 장부의 손실을 그대로 현실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펀드런이 일어날 가능성도 우려만큼 크지는 않다는 시각이 많다. 대부분의 펀드가 장기투자를 내세우고 있는 데다 적립식 펀드로는 꾸준히 돈이 들어오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투자증권 재무컨설팅팀 조한조 연구위원은 “적립식 펀드의 경우 주가 하락기가 오히려 기회라는 것을 투자자들이 잘 알고 있다”며 “탄탄한 적립식 펀드 자금이 급락 증시의 버팀목이 돼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성적이 유난히 나쁜 펀드는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투자증권 박승훈 펀드애널리스트는 “해외 펀드의 경우 투자 지역의 전망이 나쁘거나 동종 펀드 가운데 유난히 수익률이 떨어진다면 다른 펀드로 갈아타는 것도 고려해야 할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최현철 기자

◇펀드런=은행이 파산 위기에 처했을 때 고객이 예금을 빼기 위해 한꺼번에 은행으로 몰려가는 사태를 ‘뱅크런(bank run)’이라고 한다. 은행으로 달려간다는 뜻이다. 이에 빗대 주가가 떨어질때 투자자가 한꺼번에 금융회사로 몰려가 환매를 요구하는 사태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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