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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Story] 자원외교 챙기는 MB·인수위님들 ‘희토류’ 대란 보고받았습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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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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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의 비타민’이라고 불리는 희귀금속 중에 희토류(稀土類·rare earth)라는 게 있다. 열과 전류를 잘 전달하고 빛을 내도록 하는 물질이다. 희토류에 대해 강남기 전자부품연구원 팀장은 “반도체와 전자산업에선 대체물질이 없는 필수영양소”라고 말한다.

그런데 세계 희토류 생산을 거의 독점하고 있는 중국이 최근 빗장을 걸어 잠그기 시작했다. 2003년까지는 연간 7만t 이상을 수출했는데 지난해는 4만t으로 줄었다. 최근엔 수출관세(10%)도 물리기 시작했다. 자연히 가격이 치솟았다. 4~5년 전보다 10배 이상 오른 희토류가 수두룩하다.

중국산 희토류를 사다 전자제품용 소재와 부품을 만드는 일본과 미국은 벌집을 쑤신 듯하다. 일본은 폐금속도 재활용하겠다고 나섰다. 경제산업성은 지난주 정기국회에 희귀금속 재활용 법안도 제출했다. 휴대전화를 팔 때 소비자에게 전화기에 들어간 희귀금속의 양을 설명하고, 폐전화기를 회수할 수 있도록 주의를 환기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은 경제성이 떨어지고 환경오염을 일으킨다며 2002년 문 닫았던 마운트 패스 광산을 올해 다시 열기 위해 준비 작업이 한창이다. 그러나 일본에서 희토류 소재와 부품을 사다 쓰는 전자산업 강국 한국은 아직도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희토류를 확보하라=“중동에 석유가 있다면 중국엔 희토류가 있다.” 덩샤오핑이 1992년에 한 말이다. 중국은 일찍이 중요성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지난해 중국 정부는 한 보고서에서 “희토류는 국가 안전과 발전을 위한 중요한 전략자원”이라며 “외국 자본의 자유로운 진입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광산 개발과 제련 과정, 관련 소재산업에 외국인 투자를 제한했다. 다만 희토류를 응용한 부품 및 완제품 업체엔 투자를 장려하고 있
다.

가장 기겁을 한 건 일본이다. 일본은 희토류 소재와 부품을 가장 많이 생산하고 있다. 그동안 중국산 희토류는 가격도 싸고 물량도 넉넉했다. 그래서 ‘중국 생산→일본 가공→한국 소비’의 구조가 굳어져 왔다. 일본은 중국의 이상 조짐이 포착된 2006년 3월부터 희토류 비축을 시작했다. 아프리카 및 옛 소련국가들(CIS)과의 자원외교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일본 기업들은 아예 중국으로 달려가고 있다. 스미토모금속·TDK·히다치금속·도호쿠금속 등 영구자석 업체들은 지난해 힘을 합쳐 중국에 생산법인을 세웠다.

◇한국은 아직 강 건너 불구경=국내에서 희토류 관련 소재와 첨단 전자부품의 국산화율은 0%에 가깝다. 광산도 없다. 지난해 현대·기아자동차는 국내에서 전기 하이브리드 차 모터에 넣을 영구자석 업체를 찾다가 포기했다. 네오디뮴(Nd)이라는 희토류가 들어가는 영구자석의 경우 국내 기술이 일본을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첨단부품은 거의 전량을 일본에서 수입해 쓴다. 반도체와 전기·전자 부품 및 소재가 대일 무역역조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한 전자업체 관계자는 “희토류 부품은 일본과 경쟁이 안 된다”며 “수입해 쓰는 게 더 낫다”고 말했다. 전효택 서울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희토류 수요업체가 주로 전자업체여서 광물 자체의 중요성을 실감하지 못한다”며 “자원안보 차원에서라도 희토류 광산 하나라도 확보하는 게 좋다”고 지적했다.

한국도 희토류 광산을 확보할 기회가 있었다. 97년 대한광업진흥공사(광진공) 컨소시엄이 베트남 정부와 동파오 광산을 개발하기로 계약했던 것. 그러나 1년 만에 중단했다. 외환위기가 덮친 데다 경제성이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산업자원부 관계자는 “유연탄·우라늄 등 전략 광물자원을 확보하는 데도 허덕이는 형편이어서 희토류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다행히 광진공은 2003년 중국과 합작해 시안(西安)맥슨이라는 형광체 소재 가공업체를 만들었다. 중국 정부가 외국인 투자를 제한하기 전이어서 가능했다. 신기흠 광진공 해외개발2팀장은 “광산개발은 보통 수요업체들과 컨소시엄으로 진출하는데 희토류는 업체들의 관심이 적어 엄두를 못 낸다”며 “그러다 보니 광석에서 물질을 뽑아내는 기술조차 없어 광산이 있어도 개발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양선희·이철재 기자
그래픽=박용석 기자

◇희토류=광석에 원소의 형태로 아주 조금 들어 있다. 그래서 이름도 ~늄, ~륨 등으로 끝나는 게 많다. 모두 17종. 중국·호주·미국·CIS국가 등 일부 지역에 편중돼 매장된 것이 특징. 화학적으로 안정적이고 열과 전류를 잘 전달하며 자성(磁性)이 강하다. 디스플레이·전자·배터리 등 첨단산업의 원료로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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