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경제단체 영향력 상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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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경단련(經團連.경제단체연합회).일경련(日經連.일본경영인연합회).경제동우회 등 日재계단체들의 수명은 다했나.시장경제시대에 재계단체들은 무용지물인가.근착(近着) 닛케이 비즈니스誌가 던지는 물음이다.
지난달말 나카우치 이사오(中內功.다이에회장)日경단련부회장은 효고(兵庫)縣 남부지진으로 인한 다이에의 피해규모를 밝히고 그자리에서 경단련부회장직을 사임한다고 발표했다.그의 돌연한 사임에 경단련은 정부회장 회의를 소집,이를 만류키로 했으나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전후 日유통업계를 대표하는 인물로 화려하게 재계에 데뷔했던 나카우치의 조용한 퇴장은 日재계가 처한 상황을 암시하고 있다.
경단련은 히라이와 회장 시절인 93년 9월 더이상 정치헌금을알선하지 않기로 결의함으로써 사실상 스스로의 역할을 폐기했다.
도요다 쇼이치로(豊田章一郎.도요타자동차회장)現회장은 정치헌금 재개문제에 대해 업계단체에 맡긴다는 식의 어정쩡 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자민당의 한 당직자도 업계에 직접 정치헌금을 의뢰하면 되므로 경단련과는 접촉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경단련회장이 경제단체의 장으로서「재계총리」라 불리던 시대가 바야흐로 가고 있는 것이다.이같은 경단련의 공동화(空洞化) 현상은 엔高로 인한 산업의 해외이전 등 日국내산업의 공동화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경단련 이상으로 존재의의가 도전받고 있는 곳은「재계노동부」라는 일경련.파업과 춘투(春鬪) 때마다 노동계와 격돌했던 일경련역시 냉전체제 붕괴와 사회당 주도의 연립정권 출범으로 방향감각을 상실했다.지난 달말 예상을 뒤엎고 네모토 지 로(根本二郎)일본 우선(郵船)사장이 일경련 회장에 취임한 것은 인재난을 드러내는 한편 일경련회장자리가 빛이 바래고 일경련이 설 땅을 잃어가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경제동우회 역시 표류하고 있다는 소리가 높다.경제동우회는 기카와다 가즈타카(木川田一隆)대표간사가 강력하게 정책을 건의하던60~70년대를 정점으로 쇠락의 길에 접어들어 현재는 재계의 인력양성기관으로 명맥을 잇고 있다.
재계의 이같은 최근 동향은 재계의 사회적 영향력 상실을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경단련 부회장출신의 한 인사는 국내적으로는 경단련의 존재의미가 퇴색했다며 할 일이 있다면 해외와의 매크로적인 제휴밖엔 없다고 못박는다.
모로이 겐(諸井虔)일경련 부회장은 이같은 현실을 경영자의 역량부족,리더의 부재 탓으로 돌릴 수도 있으나 근본적으로 세계의복잡화.다원화로 정부고 기업이고 시계(視界)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시장중시.규제완화가 풍미하는 구 조전환기에 사실 현재의 역할에 대한 철저한 검증 없이 경제단체를 재편하는 것은 무의미할는지도 모른다.
李必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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