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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캘린더] 미인을 향한 마음, 美人圖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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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인(美人)을 가르는 기준이나 안목은 시절 따라 변해 왔지만 미인을 향한 사람들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미인이 되고자, 미인을 얻고자 애쓰는 인심은 인류가 원하는 영원한 욕망 가운데 하나다. 이런 세태를 반영하듯 동서양 미술사에는 시대와 지역 따라 독특한 미인도가 등장한다. 한국 미술도 예외가 아니어서 멀리는 고구려 무덤벽화부터 가깝게는 조선 후기 풍속화까지 우리 특유의 미감을 드러낸 미인 그림이 많이 남아 있다. '미인의 사회사'라 부를 수 있을 만큼 미인도는 사회 풍속의 잣대가 된다.

지난해 11월 문을 연 서울 신사동 스페이스 씨에서 마련한 '자인(姿人)'은 한국 근.현대미술에 나타난 미인상을 모은 특별전이다. 우리 화단에서 미인도와 여성 인물화를 많이 그린 화가 십여명의 작품 50여점을 골랐다. 맵시 넘치는 여성'자인'을 미인의 기준 삼아 한국 미술사에서 미인화의 맥을 짚어보는 자리다.

전통 인물 채색화의 맥을 이은 이당 김은호(1892~1975)와 그 밑에서 그림 수업을 한 운보 김기창(1913~2001).월전 장우성(92).숙당 배정례(88), 미인도 전문작가라 할 목불 장운상(1926~82)의 그림들은 동양화 분야에서 이어오는 미인의 자태를 보여준다. 일본 채색화 기법을 내려받은 이당 김은호 계열의 미인도는 꼼꼼한 세필 기법과 분가루처럼 고운 색채 표현이 도드라진다. 서양화 쪽에 선보인 박영선(1910~94).최영림(1916~85).권옥연(81).유병엽(65).조덕현(47)씨 등은 유화와 사진 등 다양한 재료로 지금 우리 곁에서 살아 숨쉬는 여성들을 우리 식으로 드러내려 한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 향토미 짙은 미인도를 창조한 최영림의 '누드'(사진)나 청회색조에 검은 윤곽선이 인상적인 박영선의 '누드' 연작은 한국형 '나부'의 색다른 멋을 풍긴다.

녹회색과 암회색 바탕에 우수 어린 여성들 얼굴을 등장시킨 권옥연씨의 이국풍 미인화, 빛바랜 사진 속에서 한국 여성사를 되짚는 조덕현씨 작품 등은 미인도의 변천사를 읽게 만든다. 3월 27일까지. 02-547-9177.

정재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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