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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카이, 대북 수출 특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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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일본 서해안 돗토리(鳥取)현 남단에 있는 사카이(境)항은 지난해부터 자전거·냉장고 등을 산더미처럼 실은 화물선들로 활기를 띠고 있다. 목적지는 북한의 원산이고, 선박은 러시아 국적의 화물선이다. 북한 선박이 2006년 10월 핵실험 이후 입출항이 금지되자, 러시아 선박이 북·일 교역에 이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 선박은 배수량 2000t급. 제재 조치 전 북한 화물선이 200~300t급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화물 수송 능력이 10배가량 늘었다. 한 번에 실어나르는 자전거는 종전의 300대 수준에서 6000~1만 대로 확대됐다. 이에 따라 북한으로 떠나는 배는 매달 10척에서 1~2척으로 축소됐지만 운송량은 되레 두 배가량 늘어났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 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이같이 입항한 러시아 배는 모두 17척에 이른다. 수출 품목은 주종인 중고 자전거 외에도 냉장고 등 가전제품, 트럭·버스 등 상용자동차, 의류 원단 등 가격이 꽤 비싼 물품들도 적지 않다. 일 외무성 관계자는 “당 간부들의 손에 넘어갈 고가의 식자재·주류·귀금속 등은 제한하고 있지만 기초 생필품은 예외적으로 수출을 허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대북 수출은 니가타(新潟)현의 니가타항과 교토(京都)의 마이즈루(舞鶴)항을 통해 주로 이뤄졌지만 대북 제재 분위기에 따라 자제하는 동안 사카이항이 새로운 대북 수출항으로 부상한 것이다. 사카이항은 1892년 조선과의 무역 거점항을 지향해 원산과 정기 항로를 여는 등 과거부터 한반도와의 무역에 깊은 관심을 보여왔다. 사카이항의 수출업자는 “북한은 수입한 물품을 대부분 중국에 되판다”고 밝혔다. 북한은 자건거 한 대당 2500엔에 수입해 수리한 뒤 중국에 4000~5000엔에 팔고 있다. 한 배 실려 보낸 일본 수출업자도 700만~800만 엔의 이익금을 중국을 통해 받는다. 지난해 1~11월 중 북한으로 수출된 일제 중고 자건거는 10만8420대, 트럭과 버스는 126대에 달한다. 금액으로는 10억 엔(약 82억원) 가까이 된다.

도쿄=김동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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