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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광장’ 착공부터 차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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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서울 광화문 한복판에 길이 740m, 폭 34m의 ‘광화문 광장’을 만드는 사업이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야심작으로 광화문 광장을 적극 추진하는 서울시와 교통 혼잡을 우려하는 경찰 사이의 의견 대립으로 교통 규제 심의 절차가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광장이 서울의 새로운 상징물이자 휴식 공간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광장 동·서쪽 건너편에 각각 주한 미국대사관과 정부 종합청사가 있어 광장이 자칫 상설 시위장으로 바뀔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시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대로 다음달 당장 공사에 들어가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내년 6월 문화재청의 광화문 복원사업 완료와 함께 광장을 완공한다는 서울시의 계획도 차질을 빚게 됐다.

 ◇광화문 광장 조성 계획은=이순신 장군 동상이 있는 차로 분리대를 좌우로 3개 차로씩 넓혀 광장을 만드는 사업이다. 총 415억원이 들어간다. 덕수궁에 있는 세종대왕 동상은 올 하반기에 광장으로 옮겨온다. 광화문 앞에는 해태상이 복원된다. 조선시대 육조거리의 흔적을 재현하는 모형물도 조성된다. 이순신 장군 동상 주위에는 임진왜란 해전을 상징하는 바닥분수가 꾸며진다. 시민들이 걸어서 광장을 찾기 쉽도록 광화문·세종문화회관·정보통신부 앞과 세종로 사거리에는 횡단보도가 설치된다.

 차로는 현재 왕복 16차로에서 10차로로 줄어든다. 이 때문에 공사 기간은 물론이고 광장이 생긴 후에도 광화문 일대 차량 통행은 크게 불편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광장 조성 후 오후 혼잡시간 기준으로 차량 통행 속도가 현재 시속 22~23㎞에서 14~16㎞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특별한 교통대책을 세우면 시속 18~19㎞까지 차량 속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서울시의 설명이다.

 차량을 U턴으로 돌리는 것도 불편해진다. 광화문 앞과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선 U턴이 금지된다. 정보통신부 앞과 세종문화회관 지하를 연결하는 U턴 지하차도도 폐쇄된다. 대신 시청 방향에서 진행하던 차량이 광장 앞에서 U턴하거나 새문안길 쪽으로 좌회전하는 것은 허용된다. 차로의 포장재도 현재 아스팔트에서 1㎝ 간격을 띄워 박은 돌로 바뀌어 승차감이 떨어질 전망이다.

 ◇경찰, “상설 시위장화 우려”=서울시는 지난해 12월 광장 기본 설계안을 경찰에 제출하면서 교통 규제 심의를 의뢰했다. 아직까지 심의는 마무리되지 않고 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서울시가 보내온 설계안만으로는 심의를 진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큰 시책사업인 만큼 교통 문제 등 관련 부서와 논의하고 검토할 내용이 많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광화문 광장이 상설 시위장으로 바뀌지 않도록 하는 대책을 서울시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도 경찰은 시위대의 표적이 되기 쉬운 미국대사관과 정부 중앙청사 주변에 경찰 병력을 상시 배치하고 있는 상황이다. 예정대로 내년 6월 광화문 광장이 생기면 불법 시위대가 수시로 광장을 점거해 시위를 벌일 수 있다는 것이 경찰의 고민이다. 그렇다고 전경 차를 동원해 광장을 봉쇄하면 애써 광장을 만든 의미가 없어진다.

서울시 관계자는 “다소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광화문 광장이 필요하다는 시민의 여론이 높은 만큼 경찰도 결국에는 협조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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