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클림슨대가 개발한 코끼리 코. 땅콩 한 알도 집을 수 있다.
동물의 능력은 인간이 흉내내기 어려울 정도로 상상을 초월한다. 수억 년 동안 자연에 적응하며 진화한 결과다. 그래서 동물의 능력 중 장점을 모방해 실용화하려는 연구가 한창이다. 한국기계연구원 김완두 박사는 “동물 능력을 본뜬 연구 중 상용화를 눈앞에 둔 것도 적잖다”고 말했다.
◇다리 4개 달린 개 로봇=우리나라 국방부는 험한 산악 지형에서 짐을 지고 다닐 수 있는 견마(犬馬) 로봇을 2011년까지 개발키로 했다. 개나 말이 산악 지형에서 사람보다 많은 짐을 지고 쉽게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국방부의 의뢰를 받아 보스턴 다이내 믹스사가 개발한 산악용 로봇 ‘리틀 도그’.
◇소금쟁이=서울대 김호영 교수는 소금쟁이가 물에 빠지지 않고 물 위를 뛰거나 걸어 다니는 원리를 최근 알아내 지난해 12월 학술지 ‘랭무르’에 발표했다. 소금쟁이는 다리로 물을 밀어내기 때문에 물에 빠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 원리를 이용해 소금쟁이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강이나 바다에 이런 로봇을 띄워 군사작전이나 환경 감시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미국 MIT가 블루길의 지느러미를 응용해 개발하고 있는 무인 잠수정용 로봇.
◇도마뱀붙이와 홍합 모방한 접착제=미국 노스웨스턴대 필립 메설스미스 교수팀은 지난해 도마뱀붙이(Gecko)와 홍합을 모방해 공기 중에서뿐 아니라 물속에서도 잘 달라붙는 ‘수륙 양용’ 고성능 접착제를 개발했다. 연구 결과는 지난해 7월 학술지 네이처에 소개됐다. 도마뱀붙이는 발바닥의 미세한 털을 이용해 벽이나 천장을 자유롭게 걸어 다닐 수 있지만 물속에서는 달라붙지 못한다. 반면 홍합은 물속에서도 바위나 쇠 등에 잘 달라붙지만 물 밖에 나오면 힘을 못 쓴다. 메설스미스 교수는 이 두 가지 생물의 장점만을 골라 제품을 개발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