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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의 사부님은 동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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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미국 클림슨대가 개발한 코끼리 코. 땅콩 한 알도 집을 수 있다.

호흡기이면서도 손의 역할을 하는 코끼리 코, 천장에 거꾸로 매달려서도 기어 다니는 도마뱀붙이, 험한 산길도 힘들이지 않고 내달리는 개, 물 위를 걷는 소금쟁이….

동물의 능력은 인간이 흉내내기 어려울 정도로 상상을 초월한다. 수억 년 동안 자연에 적응하며 진화한 결과다. 그래서 동물의 능력 중 장점을 모방해 실용화하려는 연구가 한창이다. 한국기계연구원 김완두 박사는 “동물 능력을 본뜬 연구 중 상용화를 눈앞에 둔 것도 적잖다”고 말했다.

◇다리 4개 달린 개 로봇=우리나라 국방부는 험한 산악 지형에서 짐을 지고 다닐 수 있는 견마(犬馬) 로봇을 2011년까지 개발키로 했다. 개나 말이 산악 지형에서 사람보다 많은 짐을 지고 쉽게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국방부의 의뢰를 받아 보스턴 다이내 믹스사가 개발한 산악용 로봇 ‘리틀 도그’.

미국 국방부 산하 첨단 국방연구개발청(DARPA)은 로봇회사인 보스턴 다이내믹스와 손잡고 개를 닮은 네 발 로봇 ‘리틀 도그’를 지난해 내놓았다. DARPA는 현재 MIT와 스탠퍼드대 등 6개 대학에 이 로봇을 움직일 소프트웨어를 발주했다. 그중 가장 우수한 소프트웨어를 리틀 도그에 내장한다.

◇소금쟁이=서울대 김호영 교수는 소금쟁이가 물에 빠지지 않고 물 위를 뛰거나 걸어 다니는 원리를 최근 알아내 지난해 12월 학술지 ‘랭무르’에 발표했다. 소금쟁이는 다리로 물을 밀어내기 때문에 물에 빠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 원리를 이용해 소금쟁이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강이나 바다에 이런 로봇을 띄워 군사작전이나 환경 감시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미국 MIT가 블루길의 지느러미를 응용해 개발하고 있는 무인 잠수정용 로봇.

◇인조 코끼리 코=미국의 클림슨대 연구팀은 현재 인조 코끼리 코(옥탐:Octarm) 여러 개를 붙이는 연구를 하고 있다. 2006년 개발한 코끼리 코의 기능을 더 높이려는 연구다. 지금까지 개발된 코끼리 코는 1m의 길이로 콜라 캔에서부터 네모난 상자 등을 자유자재로 들고 옮긴다. 깨지기 쉬운 유리제품을 감아 쥘 때는 힘을 살짝 주고, 파이프나 작은 구멍에 코를 집어 넣어 내부를 탐색하기도 한다. 마치 진짜 코끼리가 코를 사용하는 듯하다. 사람 손을 닮은 로봇 손보다 더 자유롭게 움직인다. 코끝에는 사물을 판독할 때 사용하도록 소형 카메라와 전등, 촉감 센서 등이 달려 있다. 연구를 주도한 클림슨대 이언 워커 박사는 “코의 길이를 늘이거나 줄일 수 있고, 땅콩 한 알도 주울 수 있을 정도로 성능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도마뱀붙이와 홍합 모방한 접착제=미국 노스웨스턴대 필립 메설스미스 교수팀은 지난해 도마뱀붙이(Gecko)와 홍합을 모방해 공기 중에서뿐 아니라 물속에서도 잘 달라붙는 ‘수륙 양용’ 고성능 접착제를 개발했다. 연구 결과는 지난해 7월 학술지 네이처에 소개됐다. 도마뱀붙이는 발바닥의 미세한 털을 이용해 벽이나 천장을 자유롭게 걸어 다닐 수 있지만 물속에서는 달라붙지 못한다. 반면 홍합은 물속에서도 바위나 쇠 등에 잘 달라붙지만 물 밖에 나오면 힘을 못 쓴다. 메설스미스 교수는 이 두 가지 생물의 장점만을 골라 제품을 개발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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