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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3社 낯뜨거운 벗기기 대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TV의 선정성이 심해진다.주로 가족이 TV를 시청하는 우리 방송문화에서 자녀들 대신 부모의 낯빛이 빨개지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문제는「선정」을 실어보내는 방송사나 시청자,그리고 이를 다루는 방송위원회 등에 이르기까지 이에대해 솔 직한 토론이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은근한 묵인 속에 이 시대의 마녀(魔女)처럼 다가온「선정성」의 혼란에 모두가 방향감을 상실한 분위기다.3월 시작되는 케이블TV의 다매체경쟁시대에 선정성이 드세질 건 필연이고….이를 추슬러 낼 「TV시청법」을 생각해보는 건 현시점의 주제일 수밖에 없다.
MBC『아들의 여자』에선 채시라가 두번째의 선정적 춤을 선보였다.『채시라가 화끈하게 춤을 추었다』는「화제만들기」의 이면을살펴보자.
채시라의 첫번째 반라춤 등이 방송위의 경고를 받은 것은 지난1월17일.『접수일로부터 1주일내 처리 상황을 응답하라』는 시한을 넘겨 2월4일 도착한 회신은『TV제작국장에게 반복되지 않도록 각별히 유념하라고 통보했다』는 내용.이와 동시에 채시라는더욱 요염한 스팽글 의상의 배꼽춤을 준비한다.
경쟁사 SBS의 동시간대엔『모래시계』의 인기가 기승을 부리고있었다곤 해도….
수영선수들의 우정과 사랑을 다룬다는 SBS『사랑은 블루』.건강한 수영복모습까진 좋지만 샤워하는 남자엉덩이까지 안방에 비춰져야 하는지 의문이다.
『장녹수』(KBS2)와『장희빈』(SBS)의 동시방영이 시작될20일을 앞두고 경쟁은 돌연「목욕신」에서 비롯됐다.
『장희빈』의 정선경이 『궁중 목욕신을 보여주겠다』고 선언하자『장녹수』또한 박지영을 즉시 목제목욕통에 집어넣고 있다.
방송사가 만일「극의 메시지를 위해 필연적」이라는 주장을 한다면 기준없는 이 시점의 판단은 역시 헷갈리게 된다.
우선 방송사엔 무엇을 요구해야 할까.『점잖지 못한 벗기기는 절대 하지 말라』는「도덕군자식」채근 또한 이젠 「탈규제.자율」이라는 시대의 이성엔 부합되지 않는다.
이화여대 신방과의 최선열(崔善烈.48)교수는『모래시계의 폭력이 예술적 소지를 인정받듯 작품성을 지닌 선정.폭력까지 제외하면 박제된 프로만 남는다는 데 동감한다』고 말한다.뒤이은 崔교수의 지적은 예리하다.
『우리의 경우 학원.과외가 끝난 청소년이 TV를 보는 주시간대가 외국의 성인시간대인 오후 10시 이후라는 점』이다.
방송사가 오후 10시 이후를「성인시간대」로 정해 차별방송을 한다 해도 문제해결엔 해당없는 셈이다.崔교수는『청소년들이 스스로 선별할 수 있게 하는 부모와 학교,사회단체.방송자체의 미디어교육과 관심외에는 대안이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 한다.
건국대 신방과 김학천(金學泉.54)교수의 분석은 좀더 거시적이다.그는『선정은 방송이 문화로부터 경쟁관계인 산업의 개념으로바뀐 데 따른 결과』라는 논리다.金교수는『과다한 드라마,케이블TV의 임박,선정적 위성방송의 홍수 속에 시청 률 경쟁이 벌어지고 시청자를 대상으로 응수타진을 해보는 시점』으로 최근의「선정」을 비판한다.그는『선정이 메시지의 필연성과 작품성,절제의 테크닉을 벗어나 장면자체의 말초적 승부에 그쳐서는 곤란하다』는입장이다.그가 제시하는 최선은『법 규보다는 최고의 기준인 시청자,민간단체의 의견이 그때그때 집약돼 각성을 주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학교.가정의 올바른 미디어시청교육,사회단체의 관심 등으로 요약되는 전문가들의 대안과 함께 우선 「방송의 선정성」에 대한 사회차원의 의견수렴과 그 기준에 대한 공개토론이 시급한 상황이다. 崔 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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