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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A는 대기업을 싫어한다-美 포천誌 분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8면

최근 美대기업들이 우수인력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경영대학원 졸업생(MBA)들이 대기업보다 컨설팅사나 투자사로 발길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지난 90년 컬럼비아大를 졸업한 MBA들의 25%,스탠퍼드大 출신 MBA의 70%가 대기업을 선택했으나 지난해는 이 비율이 각각 13%,50%로 떨어졌다.
반면 지난해 켈로그 경영대학원 졸업생의 43%가 컨설팅회사를선택한 것을 비롯,MIT나 하버드등 유명 경영대학원 출신 MBA의 절반 이상이 컨설팅사나 투자사로 진출했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현상은 이들 회사가 입사초부터 평균 10만달러 이상의 파격적인 연봉을 제시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에는 새로운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근착 포천誌는 『MBA들이 컨설팅사나 투자사로 몰려드는 주된 이유는 자기개발과 창업에 필요한 경력을 쌓기 위해서』라고 지적했다.웰치 GE회장이나 거스너 IBM회장 등과 같은 대기업 최고 경영자(CEO)를 꿈꾸기보다 창업을 염두에 두고 자신의 경력에 보탬을 주는 직장을 찾는다는 것이다.
대기업들도 입사 2년차부터 6만 달러 이상의 고액연봉을 제시하고 있지만 회사에 등을 돌리는 MBA가 더욱 늘어나고 있어 이 잡지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최근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봉급이 직장선택의 7번째 조건에 기록된반면 ▲일할 맛과 상응하는 책임 부여▲회사의 경영문화▲직장동료의 수준 등이 직장 선택의 가장 큰 요인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MBA들이 졸업전에 대기업에서 인턴사원으로 일하는 경험도 대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상을 형성하는데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창의성보다 과거를 답습할 것을 요구하고 번거로운 절차,지연되는 의사결정과정 등이 일반화된 대규모 조 직 안에서는천재성을 발휘하기도 전에 질식당해버릴 것이라는 인상을 받는다.
이들은 『모험적인 인재 환영』이라는 최고경영자들의 말이 「속빈 강정」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일찌감치 체험하는 것이다.한마디로 일할 맛 나지 않는 대기업은 싫다는 것이다.
우수 MBA를 확보하기 어렵게 되자 대기업들은 난관에 봉착했다.우수인력이 충원되지 않는 기업이 성장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없기 때문이다.리엔지니어링과 다운사이징 등으로 기업의 인력수요를 대폭 줄인 것은 그나마 다행.그러나 『대기업 에 취업하려는우수인력이 고갈되고 있다』는 AT&T의 인사담당 수산 슈로트의지적처럼 우수인력 확보가 최우선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마이클 드라이버 서던 캘리포니아大 교수는 『대기업들이 우수인력을 놓치고 있어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 고 경고하고 있다.
이에 대기업들도 MBA모집에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가장 보수적인 기업문화를 갖고 있는 3M社도 최근 들어 「고액의 연봉,안정된 직장」보다 「다양한 사업영역,끊임없는 기술개발에 참여하는 경험」을 내세우고 있다.회사가 창업 에 필요한 경험을 제공한다는 것이다.휴렛 팩커드의 인사담당 스티브 브라셔의 말은 바뀌고 있는 美기업들의 취업문화를 잘 시사한다.『그들은 자기발전과 다양성,도전의 기회를 원합니다.』 兪翔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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