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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모래시계"의 사회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한편의 TV드라마가 사회적 논의의 대상이 되고 있다.방영(放映)시작과 더불어 화제가 되면서 종영(終映)에 이르기까지 한 드라마가 사회적 현상으로 부각된 이유는 무엇일까.단순히 드라마의 재미를 뛰어넘어 사회적 논의의 대상이 되는 까 닭은 우리가지나왔던 어두운 시대의 터널에 대한 현대사적 재평가라는 측면이강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드라마 『모래시계』는 두개의 축으로 구성된다.한쪽은 정치폭력이라는 축,다른 한쪽에 사회폭력이라는 또 다른 축을 설정하면서참담했던 한 시대의 정치.사회를 재생.재조명하고 있다.카지노라는 한 기업을 중심으로 정치폭력의 축은 수단.방 법을 가리지 않고 정치자금을 거둬들이고,또 다른 축인 사회폭력배들과의 은밀한 야합을 통해 정치적 권모술수를 자행한다.
광주 민주화항쟁에서 여공(女工)파업을 거쳐 삼청교육대에 이르는 역사적 사건들이 드라마로 재생되면서 시청자들은 드라마의 단순재미 보다는 지나간 나 자신의 처절했던 과거사를 재생한다.中央日報 여론조사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이 삼 청교육대로 조사됐다.정치폭력으로서의 광주사태,그리고 사회폭력을 정치폭력으로 다스리는 정치폭력의 절정을 삼청교육대에서 보기 때문에 『모래시계』는 「귀가(歸家)시계」가 될 수 있었고, 파쇼정권과 정치폭력에 대한 새로운 경각심과 교훈을 주는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러나 『모래시계』의 극적 성공에도 불구하고 그 폐단또한 뒤따랐다.정치폭력을 지나치게 부각시키려다 보니 상대적으로사회폭력이라 할 폭력배 집단이 미화되는 부작용도 몰고 왔다.그것이 정치적이든,사회적이든 어떤 형태의 폭압이나 폭력 은 정의롭지 못한 反사회적 요소다.그러나 이 드라마는 정치폭력의 고발에만 주력한 나머지 사회폭력의 의리와 주먹.칼 싸움이 정당방어의 수단으로까지 미화되고 숭상되는 악폐까지 몰고 왔다.
대중문화의 총아로서 TV의 順기능과 逆기능을 어떻게 조화시킬지를 반성하는 자료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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