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 꿈꾸는 젊음의 소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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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호 09면

‘아지트’의 원래 뜻은 비밀 지하본부. 비합법 운동가의 소굴이란 컨셉트와 딱 맞아떨어지는 곳이 홍익대 앞 복합미디어공간 ‘아이공’이다. 50석 정도의 작은 공간에 빔프로젝트 스크린이 설치된 이곳은 영상물 상영, 전시관, 강연장 등 다채로운 용도로 쓰인다. 여성주의·소수·비주류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부터 비디오 포엠, 미디어 아트 등 다양한 실험영상을 소개해왔다. 이곳에서 문화는 일상의 평화라기보다 그 틈새에서 요동치는 긴장이다.

홍대 앞 복합미디어공간 ‘아이공’

“여성주의 작가 또는 소수자의 목소리를 담은 작품을 많이 다룹니다. 주류 영화가 담지 못하는 다양한 관점을 확인하면서 미디어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 창작 도구로 활용하자는 거죠.”

‘아이공’ 대표를 맡고 있는 김연호(34)씨는 1999년 비디오작가연대 출범 시절부터 활동해온 원년 멤버다. 비디오를 통해 ‘내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는’ 가능성을 찾았던 비디오작가연대를 발전적으로 해체·계승시켜 2002년 ‘아이공’을 만들었다.
‘놀이+행동+예술’을 지향하는 ‘아이공’은 정기 아카이브 기획전을 통해 약 1000편의 실험 영상 작품을 소개해왔고, 매년 ‘서울 뉴미디어 페스티벌’을 열어 경계를 허무는 뉴미디어를 알렸다. ‘기존의 미디어 구획에 갇히지 않고, 감상하는 예술이 아니라 직접 찍고 만드는 재미를 누리자’는 게 모토다. ‘내 이름은 베트남’으로 이름난 탈식민주의 영화제작자 트린 민하, 각각 프랑스와 미국을 대표하는 페미니스트 작가 샹탈 아커만과 바버라 해머 등 일반에겐 낯선 여성주의 작가들을 꾸준히 소개해온 것도 괄목할 만한 활동이다.

‘주체가 되어서 만드는 문화’라면 요즘 네티즌들이 자유자재로 찍어 올리는 휴대전화 영상 등 사용자제작콘텐트(UCC)도 결격 사유가 없을 터. 아무래도 기술적인 측면보다 ‘도전적이고 실험적인 관점’이 ‘아이공’이 생각하는 ‘대안 영상’의 기준이 될 듯하다. 현재 김 대표를 포함해 5명의 상근자가 있는데, 이들의 ‘겨울 재충전’ 일정으로 인해 2월까지는 상영 및 전시 계획이 없다. 김 대표는 “3월부터 각종 미디어 전시와 정기 상영회가 이어지니 홈페이지(www.igong.org)를 통해 확인하고 많이 찾아와 달라”고 부탁했다.

찾아가는 길: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4번 출구에서 ‘걷고 싶은 거리’ 거쳐 M마켓 골목 안쪽.
02-337-28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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