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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대경>연大벤치 부상당한 서장훈 언제든 투입태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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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주인공이 빠진 드라마는 맥이 풀린다.연세대의 서장훈(徐章勳.
2m7㎝)이 전반 1분여를 남기고 쓰러져 벤치로 들려 나가는 순간 삼성전자-연세대의 플레이오프 3차전은 「비극(悲劇)」이 되어 버렸다.
徐가 물러남으로써 연세대는 전력의 핵이자 상징적인 존재를 잃어버려『이 경기를 이기기는 어렵겠구나』라는 좌절감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徐의 거대한 체구가 코트에 나뒹구는 순간 연세대 베스트5의 가슴에는 거센 충격파가 밀려왔다.이 상황이 후반까지 이어졌다면연세대는 적어도 10점차 이상을 내주며 주저앉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연세대 벤치는 徐가 의식을 회복한 후반 2분,약2분간 기용했다가 다시 벤치로 불러들였다.
경기가 끝난 후 병원으로 직행해야 할만큼 위중했던 徐를 벤치에 앉혀두고 언제든지 급하면 투입하겠다는 인상을 풍김으로써 삼성선수들에게 「徐가 없을때 점수를 벌려야 한다」는 초조감을 유발했다. 벤치에 앉은 서장훈은 두팔에 경련이 일어나고 의식이 가물가물할 정도로 고통을 겪었지만 동료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 우선 삼성에 대한 적대감을 고조시켰고 徐가 회복할 때까지버텨야 한다는 사명감을 심어주었다.徐는 죽은 제갈공명이 사마의의 군대를 쫓아내듯 벤치에 앉은 것만으로도 경기장 분위기를 좌지우지한 것이다.
서장훈이 계속 코트를 누볐다면 이날 경기결과는 어땠을까.
결과만 본다면 연세대가 압승했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지만 연세대 입장에선 더 힘든 경기를 펼쳐야 했을지 모른다.
2차전에서 피차 격렬한 육탄전을 벌이고 「더티 매치」였다는 비난을 받은 영향 때문인지 이날 서장훈의 플레이는 전에 없이 침착했다.골밑에서 가드로부터 전달받은 패스를 리턴시켜 외곽찬스를 유도하는 경우가 잦았고 특유의 거친 매너도 보 이지 않았다.전반에만 15점.9리바운드를 낚은 서장훈의 플레이가 가장 성숙한 모습을 보인 경기에서 중도하차한 점은 너무나도 안타까운 일이다. 농구팬들에게는 서장훈과 운명을 같이한 지난 시즌 챔피언 연세대의 탈락자체가 엄청난 비극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許珍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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