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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발전 계획안 내용·문제점] 동네의원 병상감축 반발 클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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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정부가 마련한 보건의료발전계획안은 그동안 제기됐던 각종 문제점을 총망라해 해결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에는 병원들의 역할 분담에서 의료시장 개방 대책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현안들이 담겨 있다.

하지만 부실병원 인수, 공공의료 확충(5조원) 등 이번 계획에 필요한 9조원의 돈을 어떻게 마련할지, 시행 과정에서 병원 간 이해관계를 어떻게 조정할지 등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이번 계획안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의료기관별 역할 분담의 윤곽을 그렸다는 점이다. 지금은 동네의원과 중소병원, 중소병원과 큰 병원의 영역이 겹쳐 있다. 그래서 종합병원이나 대학병원에 감기환자가 몰리는 데 대해 제한을 가하겠다는 것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외래 진료 건수는 6억1913만여건이다. 이 중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은 3653만여건으로 5.9%를 차지한다. 이들이 쓴 돈은 1조9837억원으로 전체 진료비의 9.7%, 전체 외래진료비의 13.2%에 해당된다.

감기환자 등이 큰 병원에 가지 못하도록 환자 부담을 올림으로써 이 돈을 절약하려는 것이다. 이렇게 해 보험 재정을 중증 환자들한테 돌리고 큰 병원들이 중환자 진료나 질병 연구, 의사 교육 등의 역할을 하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원칙적으로는 맞지만 대형병원들의 진료 수가(酬價.의료행위의 가격)가 원가를 밑도는 상황에서 반발이 따를 전망이다. 서울 모 대학병원장은 "중소병원이나 동네의원의 서비스에 만족하지 못 해 큰 병원을 찾는데 이를 인위적으로 막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동네의원들이 선진국처럼 수술을 하지 않고 질병 예방이나 진단 등의 1차 의료기능을 하도록 병상을 제한하려는 것도 방향은 맞지만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다. 1월 말 현재 동네의원들이 전체 병상의 33.7%나 보유하고 있어 저항이 만만찮을 것이기 때문이다. 의사협회 관계자는 "동네의원 병상을 줄이려면 대학병원이 외래환자를 못 보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 계획대로 할 경우 동네의원은 질병 치료보다는 예방.상담 등을 통해 지역주민의 건강을 관리하는 일을 주로 할 전망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선진국처럼 자연스레 주치의 비슷한 제도가 생겨 가벼운 병으로 큰 병원에 갈 일이 없어지기 때문에 경제적 부담도 덜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 개방에 대비해 정신과 등에 영리병원이 들어서면 자본 조달이 쉬워져 의료 기관의 수준이 높아지고 서비스도 한결 나아질 전망이다. 대신 경쟁력 없는 병원들은 도태될 가능성이 커진다.

◇용어해설=동네의원은 29병상 이하, 30~99병상은 병원, 100병상 이상이면서 필수진료과목 7개 이상을 갖추면 종합병원이 된다. 대학병원은 의과대학에 속해 있는 대형 병원을 말하며 42개가 있다.

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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