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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배짱영업 “아, 옛날이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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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4년여 전 전남 영암군에 문을 연 아크로 컨트리클럽은 회원 500여 명에게 입회 보증금을 반환한 뒤 대중(퍼블릭) 골프장으로 전환했다. 그리고 이용 요금(18홀 기준)을 주말·휴일은 15만5000원에서 12만원으로, 평일은 10만~12만원에서 8만원으로 최근 낮췄다.

 이 골프장의 한길수 사장은 “전국 골프장이 300개에 육박할 만큼 많아지고 앞으로도 계속 늘어나는 상황에서 가격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 퍼블릭으로 전환했다”고 말했다.

 호남·제주 지역 골프장들을 중심으로 가격 및 서비스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골프장이 크게 늘어나면서 손님을 끌기 위해 몸을 낮추고 있는 것이다. 한 골프장 관계자는 “부킹 청탁을 받고 고객에게 군림하던 시대는 갔다” 고 진단했다.

 ◆골프장도 생존경쟁 시대=국내 최대 규모(퍼블릭 63홀+회원제 18홀)인 군산CC는 다음달 말까지 퍼블릭의 그린피를 30% 이상 깎아주기로 했다. 8만원인 평일 요금을 월요일 5만원, 화~금요일 5만5000원으로 내렸다. 이틀 연속 부킹할 경우는 월~금요일 모두 5만원씩만 받는다. 일요일에도 오후에는 2만원을 깎아 10만원만 받는다. 이 골프장의 박성주 이사는 “요금을 내린 이후 평일 하루 100~120팀이 오던 게 150~200팀으로 늘었다”며 “수도권에서 오는 단체손님이 많아졌다”고 전했다.

 전북 전주시 월드컵CC(퍼블릭 9홀)는 월·토·일요일 4명이 경기를 하면 예약자 1인은 요금(평일 3만9000원, 주말 4만8000원)을 아예 안 받는다.

 주말 골퍼인 배영민(47·서울시 성동구 성수동)씨는 “지방 골프장은 이동하는 데만도 3~4시간씩 걸려 꺼렸으나 교통비·식사 값이 빠질 정도로 그린피를 깎아주면서 호남으로 골프를 치러 가는 횟수가 잦아졌다”고 말했다.

 서비스 차별화로 생존경쟁에 나선 곳도 많다. 전남 함평군 다이너스티CC는 ‘추억과 향수를 찾아서’라는 주제로 각종 이벤트를 벌인다. 직원들이 한복을 입고 근무하거나 음악회를 열고, 손님들에게 옛날 과자 등을 선사한다.

 외지 손님을 끌어들이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동원하고 있다. 서귀포시 사이프러스골프&리조트는 경기도 광주 남촌골프장과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남촌의 회원은 주중·주말 모두 사이프러스에서 회원 대우를, 사이프러스 회원은 주중에 남촌에서 준회원 대우를 받는다. 함평 다이너스티는 겨울·여름·조조 라운딩을 12회 할 수 있는 80만원짜리 상품권을 선보였다. 주중 비회원 요금이 11만원인데, 6만6600원에 라운드할 수 있는 셈이다.

 ◆골프장 급증에 경영 악화=제주도의 경우 2000년 7곳(총 198홀)이던 골프장이 현재 23곳(612홀)에 이른다. 전체적인 골프장 입장객은 2000년 51만6000여 명에서 지난해 118만9000여 명으로 늘었다. 하지만 홀당 입장객 수로 환산하면 2000년 2606명에서 지난해 1942명으로 떨어지며 골프장의 채산성이 악화되고 있다. 전북 지역 골프장은 2000년 3곳(총 43홀)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금은 19곳(302홀)으로 7배(홀 수 기준)로 늘었다. 게다가 현재 3곳(24홀)이 공사 중이며, 12곳(264홀)이 땅을 매입하고 있거나 행정절차를 밟고 있다. 전남은 2000년 5곳(135홀)에서 현재 15곳(303홀)으로 증가했으며, 연말까지 3곳이 추가로 문을 연다.

이해석·양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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