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택의펜화기행] 통도사 석조봉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9면

종이에 먹펜, 26x37m, 2008

불보사찰 통도사 용화전(龍華殿) 앞에 큰 돌그릇이 받침돌 위에 놓여 있습니다. 높이 3m에 뚜껑까지 덮여 있는 돌그릇을 석조봉발(石造奉鉢)이라 부르는데 보물 제471호입니다. 공식 명칭은 봉발탑(奉鉢塔)으로, 희귀한 불교문화재입니다. 봉발이란 스님이 밥을 얻으러 다닐 때 들고 다니는 그릇, 즉 발우(鉢盂)를 모셨다는 뜻입니다.

 석가모니 부처가 출가 후 평생 동안 갖고 다닌 것은 헌옷 한 벌과 밥그릇 하나뿐이었습니다. 철저한 무소유였으니 세상을 뜨실 때 수제자에게 물려줄 것은 밥그릇밖에 없었습니다. 부처님은 입적을 하기 전 제자 가섭존자에게 “내 발우를 보관하였다가 미륵불이 출현하면 물려주게” 하시며 발우를 맡기셨답니다. 그래서 석조발우가 미륵부처님을 모신 용화전 앞에 설치된 것입니다.

 이런 전통이 있어 큰스님이 입적할 때 발우를 받는 것을 제자로서 큰 영광으로 알았으나 요즈음에는 물려줄 재산이 없으면 제자 한 명 두기가 어렵답니다. 무소유라는 것이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지요.

 석조봉발은 사각 지대석 위에 하대석을 놓고, 팔각 중대석에는 마디를 조각하였습니다. 연잎을 조각한 상대석 위에 놓인 돌그릇에 큰 뚜껑을 덮어 놓았습니다. 고려 공민왕 18년(1369)에 초창된 용화전과 함께 조성된 것으로 봅니다. 그림을 그리는 동안 발우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무척 궁금하였습니다. 불상처럼 유물을 넣어 놓았을까요? 빈 그릇일까요? 아니면 속을 파내지 않은 통자 돌일까요? 통도사에 일 년 반을 살면서도 알아내지 못하였습니다.

김영택 화백

『펜화기행』 출간

김영택 화백이 작품집 『펜화기행』을 출간했다(지식의숲). 경복궁·송광사·병산서원 등 전국의 문화유산 60여 점을 담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