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분양 … 내년 안내견학교 연다

대경대학이 삼성에 이어 제2 안내견학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안내견학교에 입학할 후보생인 안내견 강아지들이 사회화교육을 위해 16일 지역 일반 가정에 분양됐다. [대경대학 제공]

16일 경산시 자인면 대경대학 디자인동에서는 이색 행사가 열렸다.

생후 50일쯤 된 강아지 네 마리를 주민 네 사람에게 한 마리씩 전달하는 의식이었다. 이 자리엔 이 대학 유진선 학장과 삼성 에버랜드 김종운 상무 등이 함께 했다. 장차 시각장애인을 인도하는 안내견으로 자랄 특별한 강아지였기 때문이다.

이날 강아지를 받은 주민들은 많은 지원자를 물리치고 운 좋게 안내견 강아지를 받았다. 대경대학이 안내견을 키울 희망자를 인터넷으로 접수한 결과 무려 100여 명이 신청했다.

이들은 안내견 강아지를 집으로 데려가 앞으로 1년간 같이 지내면서 사회 적응 교육을 시킨다. 이 과정이 끝나면 안내견 강아지는 안내견학교에 입학해 1년여 전문 안내견 교육을 받은 뒤 시각장애인에게 무상으로 분양된다. 안내견 강아지가 일반 가정에 맡겨지는 것을 퍼피워킹(Puppy walking)이라 부르며, 이들 위탁 봉사자는 퍼피워커(Puppy walker)라고 한다.

이날 강아지를 받은 퍼피워커 설미현(45·경산시 정평동)씨는 “1년동안 자식을 대하듯이 안내견을 사랑하겠다”며 강아지를 꼭 껴안았다. 또다른 퍼피워커 권상헌(32·경산시 백천동)씨는 “개를 좋아하는 데다 뜻있는 봉사 활동을 찾던 중 안내견 강아지 분양 소식을 접했다”며 “앞으로 백화점·지하철역 등으로 부지런히 데리고 다닐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경대학이 국내 제2 안내견학교 설립을 가시화하고 있다.

대경대학은 대학 최초로 안내견학교를 설립하기 위해 안내견학교를 운영하는 삼성 에버랜드 측과 지난해 MOU(양해각서)를 체결한데 이어, 이날 삼성 측이 기증한 안내견 강아지를 처음으로 지역에 분양했다.

대경대학은 이들 강아지 네 마리가 일반 가정에서 사회화 교육을 마치는 내년 5,6월께 안내견학교를 개교한다. 제2 안내견학교는 대경대학이 터를 제공하고 삼성 에버랜드가 15년간 쌓은 훈련 노하우를 전수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열악한 국내 안내견 육성에 일조하기 위해서다. 안내견학교 설립을 준비하는 이 대학 동물조련이벤트학과 이건원 교수는 “일본에는 안내견학교가 9곳이나 된다”며 “안내견 한 마리를 온전히 키우는 데 대략 2억원이 들어간다”며 관심을 촉구했다.

삼성 에버랜드 김종운 상무는 “대경대학이 관련 학과를 개설하는 등 안내견 교육에 충분한 기반시설을 갖추고 있어 안내견학교 개설을 돕기로 했다”며 협약 체결 배경을 설명했다.

대경대학 유진선 학장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를 비롯한 전세계 50개국 이상이 안내견 육성에 적극성을 보인다”며 “안내견 육성은 인내가 필요하지만 더많은 장애인이 혜택을 볼 수 있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대학 측은 이번 첫 분양에 이어 앞으로 1년에 두 차례 정도 더 안내견 강아지를 지역에 분양할 예정이다.

◆안내견 108마리 배출=국내 안내견은 현재 삼성화재 안내견학교(경기 용인) 한곳에서만 육성된다. 삼성의 사회공헌사업이다. 안내견은 모두 래브라도 리트리버 종이다. 육성 과정은 안내견 사이에서 강아지가 태어나면 생후 7개월쯤 됐을 때 일반 가정에 위탁해 사람과 함께 사는 법을 익히기 시작한다. 엘리베이터·버스·지하철 등을 타 보면서 사회를 배운다. 이때 퍼피워커는 안내견학교로부터 수시로 점검을 받는다. 삼성 안내견학교 한보연(26)씨는 “그동안은 퍼피워커가 학교 가까운 수도권의 50여 가정에 국한돼 왔다”고 설명했다. 1년간 퍼피워킹을 마치면 안내견학교에서 대략 1년 과정의 본격 교육을 받는다. 그 과정을 무난히 마치면 안내견 활동을 하며 1993년 개교 이후 모두 108마리의 안내견이 배출됐다.

이 가운데는 이미 은퇴한 안내견 등이 있어 현재 활동 중인 안내견은 모두 53마리며, 모두 시각장애인에게 무상으로 분양돼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문의 031-320-8922.

송의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