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외국인학교 설립 규제 풀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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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인천경제자유구역 외국인학교 설립이 삐걱거리고 있다. 외국인학교는 투자 유치를 위한 핵심 인프라다. 송도·영종·청라지구에 모두 5곳의 외국인학교를 세운다는 게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의 계획이다. 하지만 윤곽이 드러난 건 송도국제학교뿐이다. 그나마 9월 예정인 개교가 늦춰질 상황이라고 한다. 학교 운영 주체인 미국 인터내셔널 스쿨 서비스(ISS) 측이 학교 설립 인가 신청을 미루고 있어서다. 영종지구는 2004년 영국 노드 앵글리아 에듀케이션 그룹과 외국인학교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지만 지난해 결렬됐다. 청라지구도 지난달 국제공모를 했지만 적격자를 찾지 못했다.

외국인학교 설립 차질은 예견됐던 것이다.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 교육기관 설립·운영에 관한 특별법’은 투자 주체를 비영리 학교법인으로 제한하고 학교 운영에 따른 과실송금을 금지하고 있다. 학교를 세우는 데 700억~1000억원의 초기 투자비가 든다고 한다. 이런 막대한 돈을 들이는데도 ‘수익’을 단념하라는 건 말이 안 된다. 애초부터 학교 설립 통로를 막아놓은 꼴이다. 해외에서의 학교 운영이 자선사업은 아니지 않은가. 국내 학생 입학 비율을 재학생의 30%로 제한한 것도 문제다. 외국인 학생이 적은 개교 초기의 운영난을 견뎌내기엔 미흡한 수준이라고 본다.

3년 전 특별법을 만드는 과정에선 과실송금 허용이 논의됐다고 한다. 그러나 국회 심의 과정에서 빠져버렸다. ‘학교는 영리를 추구해선 안 된다’는 고정관념과 사학(私學) 눈치보기가 빚어낸 결과다. 하지만 이제라도 고치는 게 마땅하다. 과실송금 길을 터주는 게 맞다고 본다. 국내 학생 입학 비율도 개교 후 5년까지는 50% 정도로 완화해야 한다. 다른 법령의 적용을 받는 제주국제자유도시의 외국인학교 국내 학생 입학 비율은 50%다. 학교는 비영리 법인만 운영해야 한다는 인식도 고쳐야 한다. 효율을따지며 교육이 국가 간 경계를 넘나들고 기업 마인드를 접목하는 세상이 아닌가. 당장 어렵다면 외국인학교부터라도 적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