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회장
그런 대표적인 예가 14일 현대상선에 처음 출근한 김성만(61) 신임 사장의 경우다. 그는 현대그룹과 아무 인연이 없다. 그런데도 그룹 주력 업체인 상선 사장으로 뽑혔다. 도덕성에서 높은 평점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김 사장은 출근 첫날 한 임원에게 “고 정주영 명예회장을 왜 ‘왕 회장’이라고 하나요? 고 정몽헌 회장은 어떻게 부르나요?”라고 조심스럽게 물었다고 한다. ‘그냥 명예회장님, MH회장님’이라고 부르면 된다는 말을 듣고 그는 “앞으로 ‘현대 공부’를 많이 해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현대를 전혀 모르던 사람이라는 얘기다.
현 회장은 지난해 말 노정익 사장이 임기 1년여를 남긴 상태에서 사의를 밝히자 후임자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주변의 추천으로 여러 인물을 검토했다. 그중 한국유리공업 부회장을 지낸 김 사장을 낙점했다. 그는 해운업과도 인연이 없다. 서울대 공대와 미시간대 산업공학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신시내티전자에서 근무했다. 김 사장의 발탁에 대해 현대증권 김중웅 회장도 놀랐다고 말했다. 주변에서 ‘회사 사정을 너무 모르는 사람이 아니냐’고 우려하자 현 회장은 “실무는 CEO를 하면서 배울 수 있다”고 잘라 말했다고 한다. 현 회장은 오늘도 “기업이란 한 명의 스타플레이어가 끌고 가는 것보다 시스템으로 굴러가야 하는데 그러려면 CEO의 도덕성이 높아야 한다”고 강조하곤 한다.
김시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