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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은 회장의 인사엔 뭔가 특별한 게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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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현정은 회장

현정은(53) 현대그룹 회장은 30여 명의 최고경영자(CEO)가 같이 만든 ‘윤리경영 포럼’을 이끄는 핵심 멤버다. 그는 윤리와 도덕을 남달리 강조한다. 이유가 있다. 남편인 정몽헌 회장이 형제 간 경영권 분쟁에 휘말린 적이 있고, 무리한 대북 사업 끝에 자살한 것이 그를 보좌한 경영인들의 도덕성과 관련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 계열사 전임 CEO 가운데 개인적인 흠이나 윤리적 문제를 갖고 있는 사람이 많았다고 늘 안타까워했다고 한다. 그래서 남편의 뒤를 이어 2003년에 그룹 총수가 된 뒤 계열사 사장을 뽑을 때 도덕성을 중시한다.

그런 대표적인 예가 14일 현대상선에 처음 출근한 김성만(61) 신임 사장의 경우다. 그는 현대그룹과 아무 인연이 없다. 그런데도 그룹 주력 업체인 상선 사장으로 뽑혔다. 도덕성에서 높은 평점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김 사장은 출근 첫날 한 임원에게 “고 정주영 명예회장을 왜 ‘왕 회장’이라고 하나요? 고 정몽헌 회장은 어떻게 부르나요?”라고 조심스럽게 물었다고 한다. ‘그냥 명예회장님, MH회장님’이라고 부르면 된다는 말을 듣고 그는 “앞으로 ‘현대 공부’를 많이 해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현대를 전혀 모르던 사람이라는 얘기다.

현 회장은 지난해 말 노정익 사장이 임기 1년여를 남긴 상태에서 사의를 밝히자 후임자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주변의 추천으로 여러 인물을 검토했다. 그중 한국유리공업 부회장을 지낸 김 사장을 낙점했다. 그는 해운업과도 인연이 없다. 서울대 공대와 미시간대 산업공학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신시내티전자에서 근무했다. 김 사장의 발탁에 대해 현대증권 김중웅 회장도 놀랐다고 말했다. 주변에서 ‘회사 사정을 너무 모르는 사람이 아니냐’고 우려하자 현 회장은 “실무는 CEO를 하면서 배울 수 있다”고 잘라 말했다고 한다. 현 회장은 오늘도 “기업이란 한 명의 스타플레이어가 끌고 가는 것보다 시스템으로 굴러가야 하는데 그러려면 CEO의 도덕성이 높아야 한다”고 강조하곤 한다.

김시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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