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CF에 등장한 노무현 대통령? 도넘은 中日 ‘혐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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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과 일본 네티즌이 힘을 합해 ‘혐한(嫌韓)’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아시아 강국을 자처하며 치열한 자존심 싸움을 벌였던 중국과 일본은 서로간의 헐뜯기를 중단하고 이제는 힘을 합해 ‘한국 때리기’에 나서면서 이 사이에 한국만 ‘왕따’가 된 모양새다. 특히 요즘에는 한류를 이끌었던 대중문화까지 거꾸로 혐한을 표출하는 데 악용돼 문화 갈등까지 야기하면서 급기야 ‘한류 위기론’까지 나오고 있다.

◇ 한류가 혐한으로 ‘역류’= 최근 한국 드라마 ‘대장금’이 중국 네티즌 사이에서 ‘가장 싫어하는 드라마’ 1위로 선정됐다는 소식이 알려져 국내 네티즌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일각에서 투표의 공정성을 놓고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어쨌든 혐한 기류가 이제는 대중문화를 통해 표출됐다는 지적이다.

아이러니컬한 것은 중국이 최초의 ‘한류’ 발상지로서 한국, 특히 대중문화에 대한 애정이 가장 컸던 나라였다는 점이다. 그러나 요즘은 중국 네티즌들을 상대로 펼친 설문조사에서 한국이 일본을 제치고 가장 싫어하는 국가로 선정되는 등 한국은 ‘황금시장’ 중국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 중국 포털사이트 ‘시나닷컴’에서는 한 블로거가 일본의 ‘혐한류’ 만화를 상세히 소개하며 한국을 비방해 뜨거운 동참 열풍이 불었다. ‘혐한류’는 원색적이고 자극적인 내용으로 한국 문화를 비방한 만화다. 이밖에 중국의 주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이제는 일본이 아니라 한국이 가장 싫다”는 댓글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중국 네티즌들은 한국인을 ‘가오리방즈’라고 폄하하면서 “한국은 반으로 갈려 역사도 없고, 민족 자존심도 없는 나라” “남의 것을 베끼는 저질”이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치킨 광고에 등장한 노무현 대통령= 일본의 혐한은 사실 중국보다 더 뿌리 깊다. 2005년에는 시사용어집을 출간하는 자유국민사(www.jiyu.co.jp) 등을 비롯해 일본의 우익 성향 커뮤니티들을 중심으로 ‘혐한류’을 유행어로 만들자는 움직임이 일기도 했다.

이 가운데서도 최근 일본을 떠들썩하게 만든 혐한 소재는 바로 노무현 대통령이 등장하는 치킨 광고 패러디다. 유명 치킨 브랜드인 ‘KFC’에 ‘Korea Fucking Country’를 넣고 일국의 국가 원수의 사진을 마음대로 끼워 넣어 한국을 통째로 폄하한 것이다.

국내 네티즌은 치욕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지만 누구보다 즐거워한 사람들이 있었으니 바로 중국 네티즌이다. 이들은 ‘치킨 패러디’를 그 누구보다 열심히 자국의 사이트로 퍼날랐고 “역시 만화의 강국 일본이 그들의 우월한 문화로 한국인을 호되게 깎아 내렸다”며 칭찬하기도 했다.

혐한이 민족주의적 성향을 넘어 이제 대중문화 갈등으로까지 이어지는 현 상황에서 한국은 민감한 대결 구도에 휘말리지 말고 주변국과 ‘윈윈’할 수 있는 역할 공존론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씨는 “정치적 대결구도로 혐한 갈등을 키워가면 결국 한국만 손해”라며 “민족주의적인 관점으로 민감하게 받아들이다가는 걷잡을 수 없도록 위험한 대중문화 갈등까지 초래한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 “동북 공정 등 정치적 이슈로 혐한과 한류가 공존하게 된 현 상황에서는 정서 공감을 바탕으로 한 문화 교류만이 정치적 갈등을 풀 수 있는 방법”이라며 “중국ㆍ한국ㆍ일본이 문화콘텐트 교류의 장을 만들어 서로의 역할이 공존할 수 있는 틀을 만드는 것도 좋은 해결책”이라고 지적했다.

김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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