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1.1km, 와인에 취해 걷는 길

중앙일보

입력

사랑의 묘약이라 불리는 와인. 아무리 알코올 도수가 낮은 술이라지만 달착지근한 맛과 예쁜 색에 반해 홀짝홀짝 마시다 보면, 묘약과도 같이 나도 모르게 얼굴이 달아오른다. 그래서 누구보다 연인과 함께 마시는 술이다. 보통 와인은 포도를 숙성시켜 만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경상북도 청도에 가면 포도가 아닌 가을의 향기를 머금은 특별한 와인을 맛볼 수 있다. 바로 청도의 특산물 감으로 만든 와인이다.
뿐만 아니라 이곳엔 대한제국 말기에 경부선 철도용으로 뚫었다가 사용하지 않고 방치해둔 터널을 와인저장고로 활용한 와인터널(www.gamwine.com)이 있다. 1.1km에 걸쳐 5m 남짓한 높이의 아치형 터널로 천장은 붉은색 벽돌로 마감돼 있다. 십만 여병의 와인이 숙성 저장되고 있다.

사진1. 와인터널의 본래 명칭은 남성현터널. 터널 입구에 '대천성공 명치삼십칠년 (代天成功 明治三十七年)'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는 것으로 보아 1904년에 준공된 듯하다. 손가락을 꼽아보니 100년은 족히 넘었다.

사진2. 철문을 지나 터널로 들어서면 물기를 머금어 서늘한 공기가 엄습한다. 붉은 벽돌로 만든 터널이 1.1km 정도 이어진다. 연중 온도가 15℃ 내외, 습도가 70~80% 유지되고 있어 와인숙성고로 안성맞춤. 이 와인터널에서는 10만병의 와인이 숙성되고 있다.

청도의 특산물 감으로 만든 와인, 감그린은 청도 감을 100% 발효시켜 1년간 숙성한다. 별도의 주정은 첨가하지 않아 감 특유의 떫은맛과 달콤한 맛, 그리고 신맛이 오묘한 조화를 이룬다. 한 모금 머금으면 입안 가득히 가을 향기가 감돈다.
감그린은 3종류다. 초심자용 '감그린 No3’은 한국 사람의 입맛에 맞게 떫은맛을 줄이고 달콤함을 강조했다. 와인 특유의 텁텁한 맛을 살린 고급형 '감그린 No5'도 있다. 눈 내리는 겨울철에 즐기기 딱 좋은 와인도 있다. 다름 아닌 서리 맞은 감을 이용해 만드는 ‘아이스 와인’ 가장 달콤한데 낭만적인 분위기를 원하는 연인들에게는 제격이다.

사진3. 청도반시를 원료로 한 감와인. 2005년 11월 부산APEC정상회의 만찬주로 선정되어 세계적으로 품질을 인정받았다.

사진4. 감와인의 맛은 어떨까? 포도와인과 같이 달콤한 맛? 혹 덜 익은 홍시와 같이 떫은맛은 아닐 런지. 와인터널 입구에는 시음장이 마련돼 주말 연주회가 열리는가 하면 청도를 찾는 여행객들의 쉼터가 되고 있다. 와인터널 시음체험은 연중무휴로 운영된다. 시음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저녁 9시.

사진5. 시음으로 만족하지 못하겠다면 간단한 안주와 함께 와인을 한 병 주문해서 마셔도 좋다. 구매한 와인의 개별 보관도 가능하다. 이곳 관계자는 ‘레드와인과 화이트와인의 특성을 모두 지니고 있는 것이 감와인의 장점’이라면서 육류와 생선류로 만든 모든 요리와 한식에도 잘 어울린다고 자랑한다.

■ 감와인의 맛과 향에 취한 발길, 쉬이 돌리기 아쉽다면 청도석빙고(화양읍 동천리), 운강고택(금천면 신지리), 운문사(운문면 신원리) 등을 차례로 들러 산책삼아 답사해도 좋다. 한국관광공사가 와인터널과 더불어 추천한 여행 코스이기도 하다.

청도 석빙고는 조선 숙종 때 만들어졌으며 현재 남한에 남아있는 여섯 개의 석빙고 중 축조연대가 가장 오래됐다. 운강고택에 가면 조선 후기 경상도 지방 양반가의 규모를 살펴볼 수 있다. 건물은 모두 9동 80여 칸에 이른다. 만화정은 운강고택의 부속 건물로 운강 박시묵이 1856년경 건립한 정자다.
신라 진흥왕 18년(557)에 창건된 운문사는 원광법사가 화랑들에게 세속5계를 전했던 곳이다. 고려 때 일연이 머물며 중화사상에 물든 삼국사기에 맞서 단군신화로 시작하는 삼국유사를 저술. 몽골 치하에서 피폐한 민족혼을 북돋웠던 곳이기도 하다. 운문사에는 문화재가 즐비하다. 대웅보전·금당 앞 석등·구리항아리·원응국사비·석조여래좌상·사천왕석주·삼층석탑이 모두 보물로 지정되어 있다. 경내의 처진 소나무는 천연기념물 제180호이다. 운문사가 들어앉은 자리는 정감록이 꼽은 10대 명승 가운데 하나다.
청도군 여행 마무리를 온천욕으로 하고 싶다면 용암온천(화양읍 삼신리)을 찾아간다. 청도용암웰빙스파(054-371-5500)라는 업체가 온천욕장을 운영 중이다. 바데풀·아쿠아테라피·각종 테마탕·체지방분해실 등이 설치돼 있다.

△여행 코스: 청도 와인터널 구경 → 감와인 시음 → 석빙고 또는 운강고택 답사 → 운문사 답사 → 용암온천 온천욕
문의_청도군청 문화관광과(054-370-6372).

객원기자 최경애 doongjee@joins.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