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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대통령 1년] 7. 학교엔 운영 자율권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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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학교 붕괴라고 할 만큼 심각한 교육현장의 문제들을 풀어나가기 위해 더 이상 평준화 논쟁에만 머물 수 없다. 평준화 정책은 학교들을 획일적인 규제로 묶어 잘 하고자 하는 학교의 의욕을 꺾을 뿐만 아니라 뒤처지는 학교를 채찍질할 수도 없게 한다. 우리의 교육이 국민의 높은 교육열과 교사의 우수한 역량을 충분히 흡수할 수 있도록 다음과 같은 평준화의 개선책을 하나씩 착수해야 한다.

첫째, 자립형 사학을 활성화해야 한다. 지금처럼 교육감이 허가하는 방식이 아니라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모두 허용되는 준칙주의를 도입해야 한다. 자립형 사학이 진정한 사학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재정과 교육과정, 교원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둘째, 자립형 사학 외에도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고 정부의 규제로부터 자유로운 학교들이 공사립을 불문하고 많아질 수 있게 해야 한다. 정부에서 재정 지원을 받고 납입금은 공립 수준으로 하되 학생들이 선택권을 갖고 학교는 자율을 누리는 '협약학교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셋째, 학교 운영 전반에 대한 내부 정보를 공개토록 하고, 일정 수준에 미달하는 학교에 대해서는 우수 교사들을 파견하는 등의 방법으로 질을 끌어 올려야 한다. 학교에 대한 정보 공개는 단순히 학교 간 학력수준 차이를 공개할 것이 아니라 어느 학교가 얼마나 학생 학력을 개선하고 있느냐에 초점을 맞춰 좋지 않은 여건에서도 노력하는 학교, 열심히 하는 교사에게 더 많은 보상이 가도록 해야 한다.

넷째, 대학입시에서 대학의 고교내신 활용을 완전 자율화해야 한다. 교육인적자원부는 대학 입시에서 고교 간 학력 차이를 인정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이러한 규제 아래선 학생들의 학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고교일수록 학생들이 내신에서 불이익당하는 모순이 발생한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평준화 정책의 개선을 행정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교육청이 주민에게 강한 책임감을 갖도록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현재 선거비리 등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는 간접선거 형식의 교육감 선출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교육부시장 제도를 만들어 시.도지사가 임명하거나, 지방선거 때 시.도지사의 러닝메이트로 주민이 직접 선출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이주호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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