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곳에 있는 환자 직접 만져보듯 진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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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의사가 진찰대 위에 누워 있는 마네킹의 배 부위를 만져본다. 이리저리 눌러본 다음 5백㎞ 떨어져 있는 실제환자의 간이 부어 있다는 진단을 내린다. 초음파 기기를 통해 만들어진 정보가 원거리로 보내져 마네킹의 일부 조직을 실제와 똑같은 경도로 굳어지게끔 만드는 방식이다. 이 같은 원격진료 체제는 여전히 이뤄지지 않은 '꿈'이다. 그러나 몇 가지 핵심적인 기술이 최근 독일에서 선을 보였다. 명령에 따라 고체와 액체로 변하는 물질이 뷔르츠부르크 프라운호퍼 규산염 연구소에서 최근 개발된 것이다.

이 연구소의 홀거 뵈제 소장은 "이미 50년 전부터 옥수수 전분에서 추출한 특정 용액이 전기장을 쬐면 고체상태로 변한다는 사실이 알려졌지만 이를 실제에 적용하기는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번에 좀더 정제돼 개발된 물질은 플러스와 마이너스 전하가 길게 형성된 전기장에서 순식간에 고체상태로 응고된다. 전기를 흘리자마자 100만분의 1초 이내에 액체가 굳어버린 것이다. 전류를 차단하면 금방 액체상태로 돌아온다. 액체상태에서는 입자가 가라앉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안정장치까지 도입됐다.

자기장을 이용할 수도 있다. 이번에 개발된 물질은 자기입자를 갖고 있어 자기장에 놓아두면 한쪽 방향으로 모이면서 응고되기 시작한다. 물론 자기장이 차단되면 다시 액체상태로 변하게 된다.

이 같은 연구는 새로운 원격진료의 토대가 되는 '하사셈(HASASEM)' 프로젝트에 의해 수행돼왔다. 하사셈은 '실시간 탄성 및 전자.자기 유동물질에 근거한 촉각센서 행동시스템'을 의미한다. 원거리 환자를 데이터 전선을 통해 탐색하고, 탄성초음파가 혹과 같은 조직의 이상변화를 포착하면, 의사는 먼거리에서도 전기 및 자기물질로 속이 채워진 마네킹 등을 직접 만져서 이 혹을 인지하는 방식이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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