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 엄마-정글소년 눈물 어린 상봉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6면

 콜롬비아 정글 소년이 3년 만에 엄마를 만났다.

 반군인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에 납치됐다가 최근 6년 만에 풀려난 클라라 로하스(44) 전 부통령 후보가 13일 보고타의 보호시설에 살고 있는 세 살배기 아들과 감격스러운 상봉을 했다. 생후 8개월 만에 헤어진 뒤 생사를 모르던 아들이었다. 그는 보고타로 가는 내내 아들의 사진이 담긴 목걸이를 꼭 쥐고 놓을 줄 몰랐다.

 상봉 자리에 함께했던 콜롬비아 정부 관계자는 “보는 사람의 마음을 뭉클하게 한 감동적인 만남이었다”고 전했다. 정부 측은 “DNA 검사를 통해 이 아이가 로하스의 아들임을 확인했다”며 정밀 신체검사와 심리상담을 거쳐 2주 후 아이를 로하스의 집으로 보내겠다고 밝혔다.

 로하스는 아이 아버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길 꺼렸다. 그는 “임신했다는 사실을 그에게 말한 적이 없으며,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죽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로하스가 성경에서 영감을 얻어 ‘임마누엘’이라고 이름 붙인 아들은 2004년 반군과의 사이에서 태어났다. 반군들은 의료진을 불러 달라는 로하스의 요구를 무시한 채 부엌칼로 제왕절개 수술을 했다. 출산 과정에서 갓난아이의 팔이 부러졌다. 반군들은 부러진 팔로 인한 후유증, 정글 풍토병 등에 시달리던 아이를 2주간 치료하겠다며 데리고 갔다.

 한 빈농 가정에 맡겨졌던 임마누엘은 영양실조와 말라리아·설사 등으로 고생하다 아동 보호시설로 옮겨졌다. 임마누엘은 2006년 한 언론인이 펴낸 책을 통해 ‘정글 소년’으로 널리 알려졌다. 그리고 콜롬비아의 비극을 상징하는 어린이가 됐다.

 콜롬비아 정부는 지난해 말에야 여러 정황을 추적해 다른 이름으로 보호시설에 살고 있던 임마누엘이 로하스의 아들이란 사실을 확인했다. 로하스는 보름 전에야 정글에서 라디오 방송을 통해 자신의 아들이 살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눈물의 상봉을 한 것이다.

최지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