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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D, 1년새 흑자로 채널 돌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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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지난해 초만 해도 부진의 늪에서 헤매던 한국 LCD 업계가 한 해를 결산하면서 활짝 웃었다.

LG필립스LCD(LPL)는 지난해 4분기에 연결실적 기준으로 매출 4조3220억원, 영업이익 8690억원을 올렸다고 14일 발표했다. 2003년 가동에 들어간 이후 분기 매출 및 이익 모두 최대 실적이다. 지난해 전체 매출은 2006년보다 35% 늘어난 14조3520억원으로 역시 연간 최대치였다. 영업이익도 1조5040억원으로 3년 만에 1조원대를 다시 넘었다.

◆원가 절감으로 회복=지난해 초 권영수 사장을 사령탑으로 맞은 LPL의 분위기는 바닥이었다. 2006년 2, 3분기에 각각 3000억원 넘는 적자를 본 것이다. 그 해 적자는 8790억원에 달했다. 권 사장은 설비의 생산능력을 최대로 끌어올려 원가를 절감하는 방향으로 타개책을 모색했다.

임원급 세 자리를 포함해 전체 직원(2만2000명)의 10%를 줄였다. 추가 설비투자 없이 생산량을 늘리는 ‘맥스캐파’ 운동을 전사적으로 벌였다. 성과는 금세 나타났다. 지난해 말 ㎡당 생산비용을 1013달러까지 떨어뜨려 1년 만에 31%를 낮췄다. 때마침 LCD 패널 수요가 늘면서 곤두박질치던 시세가 하반기부터 안정세를 보였다. 지난해 2분기 흑자 전환에 이어 실적이 크게 호전됐다.

권 사장은 “50인치(127㎝)대 패널 생산에 적합한 8세대 라인 투자를 늘리고,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를 개발해 성장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대주주의 하나인 필립스가 지분 일부를 팔아 지분율이 25% 이하로 떨어졌다”며 “공동 대표이사 겸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론 위라하디락사 사장이 이번 정기 주주총회를 마지막으로 물러난다”고 덧붙였다. 신임 CFO는 LG전자 CFO를 역임하고 올 초 LPL 경영지원센터장으로 부임한 정호영 부사장이 맡을 예정이다.

◆성장세 이어질까=LPL뿐만 아니라 15일 실적 발표를 하는 삼성전자 LCD 쪽도 좋은 실적을 기대한다. 지난해 1분기 700억원에 그친 LCD 총괄 부문의 영업이익은 2분기 2900억원, 3분기 6700억원으로 급증했다. 증시 분석가들은 4분기 이익이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의 양대 LCD 업체가 오랜만에 활짝 웃게 된 셈이다. 삼성전자는 세계 LCD 시장의 24%를, LPL은 20% 안팎을 점한다.

두 회사의 성장 전략은 정반대다.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마찬가지로 시장 선점 전략을 구사한다. 경쟁업체보다 1~2년 빨리 대규모 설비투자를 해 상대적으로 값이 비싼 대형 패널 시장을 먼저 차지한다는 것이다. 일본 샤프도 비슷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샤프에 이어 두 번째로 8세대 투자에 들어갔다. 세대가 높아질수록 큰 유리 원판을 사용해 40~60인치 대형 패널을 만드는 데 유리하다.

LPL은 원가 절감을 중시한다. 7세대 이후 라인 하나를 만들려면 3조원 이상이 든다. 하지만 투자를 1년 정도 늦추면 비용을 30% 이상 줄일 수 있다. 대만의 AUO나 CMO가 취하는 길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LPL 방식은 안정적이지만 8세대 라인이 내년에야 가동된다”며 “베이징 특수 등으로 대형 패널 수요가 급증할 올해 이익이 늘 수 있겠지만 선두와의 점유율 격차는 벌어질 수도 있다” 말했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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