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봉민,백승일 눕혀 모래판 재패-설날 장사씨름 대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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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더이상 트로이카체제는 싫다.』 신봉민(辛奉珉.21.현대)이꾹 짓눌러온 「모래위의 욕망」을 본격 드러내기 시작했다.
辛은 1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벌어진 95설날장사씨름대회 결승에서 93천하대장사 백승일(白承一.19.청구)을 3-0으로 내리꽂고 꽃가마에 오르며 5백만원의 복돈을 챙겼다.94시즌 청주천하장사대회(3월).정읍체급별대회(5월).LA대 회(9월)등3개대회를 석권하고 승률1위(81.4%,70전57승13패)를 기록했으면서도 백승일과 이태현(李太鉉.19.청구)의 「10대장사」에 밀려 인기에서 손해를 감수해야 했던 신봉민-.때문에 군소리없는 승리로 본때를 보여주고 홀로 서겠다던 그의 다짐은 이날 백승일을 만나 표독스런 몸짓으로 나타났다.키 1m87㎝,몸무게 1백44㎏의 辛은 밀치고 들어오는 白을 주특기인 들배지기로 거꾸러뜨리며 6초만에 첫판을 따냈다.모래판에 오르기 직전 전망을 묻는 질문에 부릅뜬 실눈으로 대답을 대신했던 辛은 첫째판은 약과였다는 듯 둘째판에서 1백39㎏의 白을 번쩍 들었다가밀어치기로 내리꽂았다.불과 4초.세째판은 승리의 확인절차.辛은풀꺾인 白을 또다시 들배지기로 유린하며 비로소 두 손을 번쩍 치켜들었다 .
94시즌 마지막 3개대회 불참끝에 넉달만에 정상탈환에 나선 백승일은 잔뜩 별러온 「화려한 컴백쇼」를 훗날로 미루고 辛에게머쓱한 축하의 악수를 내밀어야 했다.
〈38面에 계속〉 94천하대장사 이태현은 아예 준준결승에서 김정필(金正泌.22.조흥)에게 발목이 잡혀 5위로 나뒹군 뒤였다. 부전승으로 통과한 1회전을 빼놓고 辛이 16강전(金洛鉉.22.세경)→준준결승(金慶洙.21.럭키)→준결승(南東河.25.럭키)→결승까지 끝내는데 걸린시간은 불과 95초.이같은 속전속결은 그의 등록상표인 들배지기가 겨울훈련을 통해 더욱 예리해진 때문.실제로 그는 이번대회에서 결승 둘째판 이외에는 모조리들배지기로 승부수를 띄웠다.여기에다 현재 집중적으로 다듬고 있는 잡치기.뿌려치기등 연속기술이 궤도에 오르면 그의 별명대로 「봉팔이의 전성시대」가 앞당겨지리란 평가 다.막 굳어져가던 백승일과 이태현의 쌍두마차체제를 헤집고 끼어들어 이젠 독주체제를넘보는 신봉민의 꿈은 당연히 천하대장사.부산감천국교때 샅바를 처음 잡은 이래 금성중→금성고→울산대를 거치면서 씨름상 이라면거의 다 타봤지만 좀처럼 기쁜 내색을 보이지 않는 까닭은 바로천하대장사 꽃가마에 올라타고 아버지(신길용.49.버스운전기사)어머니(김기악.45) 품에 안겨보는 것이다.그래서 그는 설날챔피언에 만족하지 않고 「그날」이 올때까지 평소대로 오로지 훈련에만 전념하 겠다는 다짐이다.훈련에 지치면 낚싯대를 드리우거나음악을 감상하면서 마인드컨트롤과 섀도우씨름을 하는 것도 빼놓을수 없는 취미이자 독특한 정신적 훈련법이다.
〈鄭泰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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