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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강 뱃길 되살려 수질 개선한다는데… 호남·충청 운하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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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호 14면

한반도 대운하 구상에는 경부운하뿐 아니라 영산강ㆍ금강에 바지선을 띄우는 호남ㆍ충청운하도 포함된다. 경부운하를 둘러싼 치열한 논쟁 속에 묻혀 있지만 호남ㆍ충청운하도 경부운하와 동시에 착공하겠다는 게 인수위의 생각이다.

장석효 인수위 한반도대운하 TF 팀장은 “호남ㆍ충청운하도 시기는 (경부운하와) 같을 것”이라고 말한다. 민자를 유치해 만드는 경부운하와 달리 호남ㆍ충청운하는 국가재정으로 건설한다는 게 이 당선인의 방침이다. 국민의 세금이 들어간다는 점에서 반발이 나올 수 있다.

이재오 대운하 TF 상임고문은 “영산강과 금강 일대는 수해 피해가 심하다”며 “일종의 재난이어서 여기에 들어가는 사업비를 2년만 모아도 건설비를 충당하고 남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끊임없이 (재난 복구를) 할 것이 아니라 운하 한 방에 끝내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호남운하는 수질 개선에 중점을 둔다. 사진은 광주의 모습.한반도 대운하연구회 제공

대운하연구회 측은 “영산강 수질이 한강·낙동강·금강 등 4대 강 중에서 가장 오염된 5급수 이하 지역”이라며 “퇴적오니로 어린 물고기가 없고 농업용수로도 사용이 어려우며 대장균 수도 많아 주민 위생에 치명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이를 해결하려면 운하 건설 같은 획기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호남운하는 영산강의 약 80㎞ 뱃길을 되살리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3개의 보(댐)를 설치하고 수심을 6.1m 이상으로 유지해 2500t급 컨테이너선이 다니도록 한다. 운하 사업을 통한 환경오염·수질 개선은 ▶퇴적물 준설 ▶하수 처리장 개선 ▶습지 조성 등 하천수 정화시설 설치 등으로 진행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영산강을 2급수 이상의 생태환경으로 만든다는 목표다.

여기에 들어가는 총 사업비는 약 4조8000억원. 영산강 준설로 얻어지는 모래ㆍ자갈 등 골재를 팔아 사업비의 60%를 충당할 수 있다는 게 연구회 측의 계산이다. 일단 오염이 개선되고 배가 다니면 영산강 인근을 생태환경·역사·문화 관광 벨트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광주에 내륙항이 생기면 인근에 기업문화공원·운하자료관·크루즈 선착장을, 나주에는 향토음식체험관·나주내륙항 관광지구 등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함평~무안~영산호~나불도로 이어지는 물길마다 지역 특성을 반영한 해양전쟁박물관·자연생태학습장·운하민속자료관을 꾸미겠다는 의지다.

충청운하는 금강하구~대전 갑천의 126㎞ 구간과 미호천~오송산업단지의 14㎞를 사업 대상으로 한다. 역시 2500t급 선박이 다닐 수 있도록 200m의 수로 폭과 6m 수심을 확보하는 공사가 필요하다. 선박 운항을 위한 보를 3개 설치한다. 예상되는 사업비는 모두 1조2000억원. 이 중 2130억원을 골재 채취로 충당할 생각이다.

이 운하가 생기면 부여ㆍ공주 지역의 백제 역사 유적 복원이 탄력을 받게 되리라는 기대다. 중국에 대한 수출 거점으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그러나 호남·충청운하 추진 방식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호남·충청운하는 내용 자체도 소상히 알려지지 않았다”며 “경제적 타당성에 대한 논의나 정보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그런 상태에서 국가 재정으로 하겠다느니 민자로 하겠다느니 하는 것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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