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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출범 전 6자회담 열릴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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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호 13면

2003년 2월 26일. 노무현 대통령의 취임식이 열린 다음 날이다. 북한은 영변의 5MWe 원자로를 재가동했다. 넉 달 전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차관보가 방북, 북한의 우라늄 농축을 통한 핵개발 의혹을 제기하면서 고조된 2차 북핵 위기의 연장선상이다. 북한은 취임식 직전 동해상에서 지대함 미사일 발사 실험도 했다. 출발선에 선 노무현 정부로선 당혹스럽기 그지없는 북한의 선택이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났다. 이번에도 대통령 취임식은 2월 25일이다. 하지만 하루 뒤 북한의 풍경은 그때와는 판이할 전망이다. 미국 문화의 상징인 뉴욕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역사적 공연이 평양 시내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다. 로린 마젤의 지휘로 미국과 북한의 국가(國歌)는 물론 드보르자크의 ‘신세계’가 울려퍼진다. 여기까지가 예정된 내용이다. 공연장 주빈석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모습을 나타낼까. 또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나 니컬러스 번스 국무차관 같은 고위급 인사들이 공연을 함께 볼까 등은 가상의 영역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이미 한반도는 이전의 한반도가 아닌 게 될 것이다.

불가능한 시나리오도 아니다. 하지만 현실화의 전제는 핵 문제의 진전이다. 10·3 합의로 가속페달을 밟는 듯했던 북핵 프로세스는 핵프로그램 신고 문제를 둘러싸고 답보상태다. 물론 5년 전 재가동하면서 국제사회에 찬물을 끼얹었던 원자로는 1년 이내로는 가동이 어려운 불능화 막바지 단계까지 진입했다.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가 최근 일본과 한국·중국·러시아를 연쇄 방문했다. 핵 신고 교착 국면의 돌파를 위해서다. 그는 “북한이 한국의 새 정부가 출범하기 전 핵 프로그램 신고와 불능화의 2단계 조치가 끝났으면 좋겠다”고 했고 11일엔 1월 개최 가능성을 언급했다. 고위 당국자는 “북한도 6자회담을 열자는 뜻을 보였다”고 했다. 하지만 “1월 개최는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힐 차관보는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 부부장을 면담한 뒤 “중국이 전혀 준비가 안 돼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국내 정치적 상황에 따라 소극성으로 일관하고 있는 중국을 향한 힐난이다. 현재로선 뉴욕 필의 평양 공연에서 드라마틱한 장면이 연출될 것 같지는 않다.

▶지난 주

6일 빌 게이츠 MS 회장 CES 강연 “신디지털시대 도래”
8일 미 대선 뉴햄프셔주 예비선거 힐러리(민주) ·매케인(공화) 승리

▶이번 주

15~16일 ‘문명간 연대’ 고위급회의(스페인 마드리드)
16일 부시 미 대통령 이집트 방문. 8박9일 중동 순방 완료
19일 미 네바다주 민주·공화당 전당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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