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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대통령 1년] 6. 노동·복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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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 참여정부에서 사회적 분열은 더 깊어졌다. 특히 친노(親勞)정권 논란이 이해관계 조정자로서 정부에 대한 국민신뢰를 해쳤다. 2003년 6월 철도노조 파업에 공권력을 투입한 조치는 참여정부 노동정책의 분수령이었다는 평가도 있다. [연합]

참여정부가 지난 1년간 사회 분야에서 얻은 성적은 일반인 38.8점, 전문가 36.7점. 5점 척도(尺度)로 보면 '잘못했다'와 '보통'의 중간에 해당한다. 중앙일보와 동아시아연구원(EAI)의 설문조사에 응한 일반인이나 전문가가 참여정부의 사회 업적이 지극히 저조했다고 평가한 것이다.

시민들은 지난 일년 동안 민생이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사회 분야에서 참여정부가 주력했던 정책원리는 합리성과 형평성.분배.지방분권 등으로 요약되는데, 뚜렷한 단계적 프로그램과 실천 방안 없이 임기응변적.단기적 정책 메뉴를 내놨던 게 지난 일년 동안의 경험이다.

사회 분야에서 참여정부가 가장 역점을 두었던 사업, 특히 '진보'에 걸맞은 정책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쉽게 답이 떠오르지 않는 것은 그 때문이다. 문제는 산적해 있는데, 참여정부는 정밀한 개혁 청사진을 마련하지 않은 채 이것저것 손을 댔고, 그때마다 이익집단들의 갈등이 불거졌다. 이런 상황에서 정책효과를 기대하기란 어려웠다.

전문가들은 각 정책 메뉴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떤 평가를 내리고 있을까. 모두 12개의 정책 메뉴 가운데 지방분권.여성 진출.호주제 개혁이 비교적 높은 점수를 받았다.

반면 이념갈등.노사갈등.생활 불안정이 낮은 점수를 받았다. 그 중에서 실업문제는 최저점을 받아 '실업 및 고용문제'가 가장 심각한 해결 과제로 지적됐다.

형평성을 제고하려는 정부의 노력은 그런 대로 괜찮게 평가된 반면 민생과 관련한 항목들과 이념.노사갈등을 방치한 것에 대해서는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전문가들의 평가에서 제도 개혁 메뉴들과 민생 관련 메뉴들의 점수 분포가 두개의 군(群)으로 선명하게 갈린 것이 그것을 입증한다.

참여정부에서 가장 두드러졌던 문제 중 하나가 노사갈등과 이념대립이다. 노동이 약진했고, 진보가 목소리를 높였다.

갈등과 대립은 발전의 밑천이지만 그것의 해법을 제도화하지 못하면 사회적.경제적 비용이 커진다.

참여정부 일년은 갈등의 사회적 비용이 위험수위에 접근하던 기간이었다. 세련된 '수용의 정치'는 이런 비용을 줄여준다. 그러나 아직 '비난의 정치'에서 맴돌고 있는 듯하다.

경기침체가 깊고 오래된 탓인지 노조에 대한 사회적 평가도 인색해졌다. '노사분규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가'라는 질문에 전문가의 40%가 노조를 지목했고, 23%가 기업인을 지적했다.

진보 성향의 전문가들은 기업인-노조 순으로 책임소재가 있다고 본 반면 중도파와 보수파 전문가들은 모두 노조-기업인 순을 택했다. '대통령도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18%에 달한 것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한편 이념대립의 원인으로는 '코드 정치'가 1위를 차지했다. 응답자의 68%가 이념대립의 일차적 원인으로 '코드정치'를 지목했고 세대교체(55%), 미국의 대외정책(38%), 경제침체(30%) 순으로 나타났다.

그 밖에 민생문제가 심각해진 때문인지 사회 전문가들은 복지제도 개선이 절실하다는 점에 목소리를 높인다.

'현재 한국의 복지 수준은 어떠한가'라는 질문에 87%가 '낮다'고 답한 반면 '적정이다'는 겨우 10%, '높다'는 고작 3%밖에 되지 않았다. 사실 현 정권이 지난 1년간 복지 개선에 기여한 바는 김대중 정권과 비교하면 지극히 저조하다.

전문가들은 또 참여정부의 분배지향적 정책기조를 '다소나마' 성장기조로 옮겨달라고 주문했다. 분배에 묶여 죽을 쑤느니 성장과 복지를 연결하는 정책기조가 더 요긴하다는 뜻일 것이다.

송호근 서울대 교수

*** 국정 평가팀 명단

◇동아시아연구원(EAI)정책평가위원회=임현진(서울대.사회학)위원장, 김균(고려대.경제학).김병국(고려대.정치학).김용호(인하대.정치학).박재완(성균관대.행정학).송호근(서울대.사회학).윤영철(연세대.신문방송학).이내영(고려대.정치학).이종수(한성대.행정학).이종화(고려대.경제학).이주호(KDI 국제정책대학원.경제학).전주성(이화여대.경제학).정진영(경희대.정치경제학).하영선(서울대.국제정치학)교수

◇중앙일보 평가팀=신창운 여론조사 전문위원, 전영기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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