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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돈선거, 이번엔 큰코 다칩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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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긴 겨울이 지나고 이제 봄이 성큼 우리 곁에 다가온 것 같습니다. 국회의원 총선이 꼭 50일 남은 지금 선거준비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K형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K형이 출마한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우선 반갑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자칫 선거판에서 K형이 가지고 있는 명예나 인격에 손상이 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없지 않지만 그보다도 혹여 변화된 정치환경을 미처 알지 못하고 과거의 관행과 생각으로 선거에 뛰어들었다간 큰 낭패를 당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K형! K형도 잘 아는 바와 같이 곧 국회에서 우리나라 60년 정치사에 가장 획기적이라고 평가받는 정치개혁법이 통과될 예정입니다. 사실 지난해부터 불법 대선자금의 전모가 하나하나 밝혀지면서 국민으로부터 불신과 변화요구를 함께 받아온 정치권으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기도 했지만 기존의 기득권을 과감히 포기하고 만든 정치개혁법은 나도 놀랄 정도로 기존의 선거와 정치 틀을 완전히 뒤바꾸는 혁신적인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과거의 안일한 생각을 갖고 불법행위를 하다간 한순간에 정치생명이 끝나는 시대가 도래한 것입니다.

K형! 이제 이 나라의 최대 화두는 정치개혁이 되었습니다. 정치개혁이야말로 국가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제일의 과제가 된 것입니다. 우리 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이번 총선에서 돈 선거를 차단하는 데 모든 것을 걸 생각입니다. 그것이 이 시대에 우리가 할 일이라고 믿고 있으며 모든 직원이 비장한 각오를 다지고 있습니다.

이미 조직을 비상체제로 전면 개편하면서 단속팀을 대폭 강화했고 특히 정치자금과 선거비용 조사를 전담할 특별조사부를 설치해 가동하고 있습니다. 또한 돈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다양한 계층의 비공개 제보자를 확보해 불법선거비용이 흘러갈 만한 요소요소에 은밀히 배치, 돈선거 진원지를 추적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번 선거에서는 후보자에게 선거비용의 수입.지출 내역을 수시 공개토록 요구하고 이를 유권자에게 밝힐 것입니다. 공개를 거부하면 거부한 사실을 알리겠습니다. 선거사무소에 조사팀이 상주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유권자가 금품이나 음식물을 제공받으면 예외 없이 50배의 과태료를 물릴 계획입니다. 후보 측에서는 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줬겠지만 5000원짜리 식사 한번 얻어먹고 25만원을 내야 하는 유권자는 오히려 밥 산 후보자를 원망하게 될 것입니다. 결국 돈 쓰고도 표를 잃고 명예도 잃고 정치생명도 잃는 사태가 올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K형! 지금 선거현장에서는 신고.제보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과거의 안이한 생각을 가진 일부 후보들이 돈을 쓰다 감시망에 걸려 검찰에 고발되는 사례들이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제는 불법이 용인되지도 않고 더 숨길 수도 없다는 것을 모르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합니다.

K형! K형만은 부디 정도를 걷기를 진심으로 부탁드립니다. 선관위는 법 지키는 후보가 당당하게 당선될 수 있게 할 것입니다. 후보들의 신상정보와 정견.정책.공약 등을 인터넷 홈페이지에 싣고 각 가정에도 보낼 것입니다. 만일 불법행위를 한 후보가 있으면 엄중 조치함은 물론 그 사실을 공개해 유권자의 지지 철회로 이어지게 할 것입니다.

K형! 부디 선거가 끝나는 그날까지 법을 지키며 경쟁해 주십시오. 선관위의 요청이 있으면 떳떳하게 선거비용 내역을 알려주시고 조사반이 선거사무소에 오더라도 흔쾌히 맞아 주십시오. 우리가 K형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국민에게 알리겠습니다.

멀리서나마 깨끗하고 정당하게 선거운동을 하는 K형을 응원하겠습니다. 그리고 그런 K형이 당선돼 평소의 신념대로 국정에 전념하고, 국민에게 봉사하는 모습을 기대하겠습니다. 설혹 뜻을 이루지 못해도 한 점 후회 없이 맑게 웃는 K형의 모습을 보기를 바라겠습니다.

K형의 건강과 당선을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임좌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