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우량주만 갈수록 득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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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랩어카운트 등 간접투자상품의 주식편입이 늘어나고 외국인의 입김도 여전하면서 대형 우량주만 오르는 양극화 장세가 계속되고 있다.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지난 주말까지 종합주가지수 상승률보다 더 높은 수익을 올린 종목은 전체 602개 상장종목 중 127개(21%)에 불과했다. 지난해 168개(28%) 종목이 지수 대비 초과수익을 올린 점을 감안하면 오르는 주식만 오르는 주가 차별화가 더 심화된 셈이다.

증권거래소 관계자는 "삼성전자 등 외국인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대형 우량주만 오르는 편중현상이 심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LG투자증권은 일임형 랩어카운트가 개인투자자들에게 인기를 모으면서 이 같은 블루칩 중심의 상승세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랩어카운트의 수탁 규모가 15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삼성.대우증권 등 주요 증권사는 삼성전자.SK텔레콤.POSCO.현대자동차 등 업종 대표주 중심으로 랩어카운트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다. 반면 개인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코스닥 종목이나 거래소 소형주는 상대적으로 홀대를 받고 있다.

랩어카운트에 가입하는 고객이 대부분 개인투자자인 점을 감안하면 랩어카운트 수탁고가 늘어날수록 개인들의 직접투자는 더욱 줄어들 공산이 크다.

증권전문가들은 또 한국 증시가 FTSE나 MSCI 선진시장 지수에 편입될 경우 이러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더 심해질 것으로 내다본다. 국가등급의 상향조정을 통해 우리나라에 대한 투자비중이 늘더라도 외국인의 눈높이에 맞는 실적과 성장성을 갖춘 종목은 많지 않다는 것이다.

LG투자증권 김중곤 연구원은 "FTSE 등에서 한국 시장의 비중을 높일 경우 시가총액 상위종목 가운데 유통물량이 많은 종목이 혜택을 볼 것"이라며 삼성전자.국민은행.POSCO.신한금융지주.SKC.LG화학.삼성화재 등을 수혜 종목으로 꼽았다.

동원증권 김세중 연구원은 "IMF 외환위기 이전에는 시가총액 상위 6% 이내의 종목이 전체 시총의 절반을 차지했지만 최근에는 3.5%의 종목에 집중됐다"며 "증시가 선진화되고 시장규모가 커질수록 시가총액 상위 20위 이내에 있는 종목이 차지하는 비중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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