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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가족부 통폐합안 논란 '후끈'

중앙일보

입력

최근 이명박 정부의 부처 개편안과 맞물려 여성가족부와 보건복지부의 통폐합론이 나오면서 여성부에 대한 존폐를 놓고 찬반 양론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번 통폐합론의 핵심은 복지부와의 업무 중복에 따른 효율성 강화다. 저출산ㆍ고령화 정책을 총괄하는 복지부의 업무와 보육 ㆍ가족업무를 관할하는 여성부의 업무가 겹친다는 것이다.

가장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은 여성계다. 한국여성단체연합 소속 회원 20여명은 9일 오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위치한 서울 삼청동 금융연수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성부를 보건복지부로 통폐합한다는 것은 그간 발전시켜온 여성정책의 후퇴와 성평등 정책의 포기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8일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노동당 여성 국회의원과 여성단체, 학계 여성인사들은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여성부의) 폐지는 선진국의 흐름을 역행하는 조치이고 선진화를 국정지표로 삼은 이명박 정부의 성격과도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여성부 자유게시판 등 인터넷 주요 커뮤니티에는 통폐합을 둘러싼 논쟁이 연일 잇따르고 있다. 네티즌 ‘김범은’씨는 “그들이 비효율적으로 조직을 운영했다면 조직을 효율적으로 개편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상미’씨는 “불임부부 지원도 보건복지부에서 했는데 여성부는 그간 무엇을 했는가”라며 “여성들에게조차 외면당한 이상 폐지돼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다음 토론 광장 ‘아고라’ 네티즌 ID ‘휴식같은친구’는 “아직까지 완전한 성 평등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므로 존치돼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행복에살다’는 “맞벌이 여성의 고충이나 임신ㆍ출산으로 직장을 잃고 재취업을 원하는 여성들을 위한 대처가 미흡했다”며 폐지를 찬성했다. 이밖에 새로운 명칭으로 거론되고 있는 ‘여성복지부’가 거북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poid’는 “여성복지부라면 여성의 복지를 위한 부처인가”라며 “명칭은 보건복지부로 하고 그 안에 여성 전담반을 만들어야 자연스럽다”고 주장했다.

여성부는 호주제 폐지, 성매매방지 특별법 제정, 육아 휴직제 확대 등으로 성 평등을 앞당겼다는 점에서는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정책과는 별도로 민심을 잃어버렸다는 평이다. 여성부에 대한 남성들의 거부감이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 사건은 2006년 여성부의 ‘송년회 성매매 예방 이벤트’. 연말을 맞아 여성부가 성매매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회사들을 상대로 연말 회식비를 현금으로 지원하는 이벤트를 벌인 것이다. ‘잠재적’ 성매매 범죄자로 낙인찍힌 성난 남성들은 인터넷에서 폐지를 위한 10만 명 서명운동을 벌였고, 장하진 장관은 “현금 회식비 지급과 남성을 잠재적 성매매자로 전제한 두 가지 측면에서 (이런 이벤트가) 잘못됐다”고 해명했다.

그간 민심이 반영된 탓일까. 여성부 통폐합론이 흘러나오기 무섭게 네티즌들은 일찌감치 “이 참에 없애자”며 1000만인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현재까지 통폐합론에 대한 명확한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다. 일부에서는 반발을 우려해 존치 쪽으로 가닥이 잡힐 것이라는 설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당사자인 여성부 측은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여성부의 한 관계자는 “(통폐합이 거론되는 데 대해) 부처 차원의 공식 입장을 밝힐 상황은 아니다”며 “다른 부처들도 정부 조직개편에 대해서는 비슷한 상황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김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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