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기업 인수.정상화의 鬼才-신호제지 李淳國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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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신호(新湖)제지 이순국(李淳國.53)회장이 올들어 전자완구 전문업체로 상장업체인 도신(都信)산업을 전격인수,주위를 놀라게했다. 그는 지난해 2월 상장업체인 한국강관 인수에 이어 1년도 채 안된 이달초까지 2개의 상장업체를 연속 인수했다.이렇게되자 업계는 물론 일반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새삼 개인 「이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李회장은 9개의 제지회사를 비롯,철강.전자.건설.운송.
무역회사와 해외법인등 모두 20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으며 지난해 8천2백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李회장이 부실기업 인수행진에 나선 것은 77년부터.
서울대상대를 졸업하고 한국제지에 근무하다 신호제지의 전신인 삼성특수지로 옮긴후 전무로 재직하며 부실화된 온양팔프를 자신이인수했다.이어 삼성특수지도 인수해 오너로 변신한뒤 신호제지로 이름을 바꿨다.대학재학중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 했을 만큼 경리전문가여서 기업의 경영상황 파악엔 남다른 감각을 갖고 있고 금융권에 포진한 친구들로부터 많은 금융.기업정보를 듣는 것도 큰 힘이 되고 있다고 주위사람들은 전한다.
무엇보다 일단 기업을 인수하면 전력으로 회사일에 뛰어들어 문제점을 해소하는데 주력한다고.
이미 10개 가까운 부실기업을 인수,정상화작업에 착착 성공하고 있는 중이기 때문에 이제는 은행에서도 李회장이 기업을 인수하면 자금지원에 적극 나설 정도다.이는 그의 경영능력에 대한 금융권의 신용평가로 볼 수 있다.
李회장의 경영스타일을 보면 인수한 회사의 인력은 대부분 끌어안은 채 일체감형성에 나서는 한편 새로운 투자계획이나 영업전략등을 제시해 열심히 뛰도록 한다.
지난해 한국강관을 인수한 후 회사에 첫 출근한 그는 생산직사원들과 바로 노래방에 직행,목이 터져라 같이 노래를 부른 적이있다.회사진로(進路)에 대해 불안할 수밖에 없는 이들을 안심시키는 한편 같이 열심히 일해보자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준 일화(逸話)다.
그는 특히 돈보다 경영 자체에 삶의 큰 목표를 두고 있는 경영인으로 회사안팎에서는 평가하고 있다.80년대 30억원의 사원복지금을 출연했었고,작년에는 2000년대까지 보유주식의 전부를출연해 사원집단주주제를 실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 다.
洪源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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