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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칼럼>별미 겨울 얼음낚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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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우리나라의 낚시계에는 전통적으로 시조회(始釣會)라는 행사와 납회(納會)라는 행사가 있어 왔다.시조회는 대개 이른 봄에 하는 것으로 낚시를 시작하는 모임이고,납회란 대개 늦가을에 하는것으로 낚시를 끝마친다는 모임이다.
그러던 것이 약 25년 전부터 거의 모든 낚시인들이 1년 내내 낚시를 하고 있다.
그렇게 된 이유가 있다.봄 여름 가을 동안 붕어를 주로 낚던낚시인들은 겨울이 되면 붕어가 동면 하므로 먹이를 먹지 않고 잠만 자는줄 알았다.
그런터라 납회를 하고나서 끼리끼리 모여 앉아 입방아만 찧고 있던 낚시인들 중에서 저수지나 수로의 얼음에 구멍을 뚫고 지렁이를 미끼로 붕어 낚시를 시도한 사람들이 생겨났다.
희한한 일이었다.잠만 잔다던 붕어가 얼음구멍 위에 띄워 놓은빨간 찌를 살며시 건드리며 한마리가 올라왔다.두근거리는 가슴을부여잡고 살며시 타이밍을 맞춰 낚싯대를 채자 때글때글 살찐 붕어가 연이어 올라왔다.
그때부터 낚시인들은 겨울만 되면 수면이 꽁꽁 얼어붙기를 기다렸고 얼음이 두껍게 어는 혹한기가 되면 얼음에 구멍을 뚫고 붕어나 송어를 낚게 됐다.
처음 얼음구멍 붕어 낚시를 시도할 때 낚시계에서는 상반된 두가지 입장이 있었다.하나는 겨울이라고 안방 구들장 신세만 질 것이 아니라 얼음에 구멍을 뚫고 붕어를 낚자는 맹렬파였고,다른하나는 인간이 아무리 호전적이라 하더라도 「잠자 는 붕어」까지낚아 낼 수야 있느냐는 동정파였다.
동서고금의 전쟁사를 보면 거의 모든 전쟁이 전쟁을 건 자가 이기고 방어를 한 자는 패망했다.얼음구멍 붕어낚시도 그랬다.이들 두 파 중에서 겨울 붕어낚시를 시작한 사람들이 승리해 지금은 얼음이 15㎝ 전후로 얼기만 하면 저수지와 호 수,그리고 강가에서 붕어 낚는 사람들로 초만원을 이룬다.
산행을 즐기는 사람들중에 겨울철 설동(雪洞)야영을 최고로 치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낚시인들 중에서도 겨울철 얼음낚시를 최고로 치는 사람들이 있다.
낚시를 모르는 사람들이라도 올 겨울에는 가족이나 친지와 함께한번쯤 눈 덮인 얼음판 찾기를 권한다.거기에 낚시를 모르는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는 새로운 행복의 세계가 있다.
〈낚시전문가회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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