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문과대학원 지원 4년째 미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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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해외 박사학위 취득자등 고학력자 적체로 대학생들의 대학원 진학열이 식어가면서 서울대가 최근 4년째 인문.사회대등 기초학문분야 대학원의 신입생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이에따라 대학원생 비율을 대폭 늘려 대학원 연구중심대학으로 발전한다는 서울대의 청사진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으며 인문사회계와 이공계간 학문적 불균형도 심화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실태=95학년도 서울대 대학원 입시에서 인문대와 사회대는석사과정 신입생 1백91명.1백76명을 각각 선발할 예정이었으나 과락자가 많아 정원에 20~30% 미달하는 1백57명과 1백29명을 뽑는데 그쳤다.
특히 인문대의 경우 국문.국사학과등 국학분야와 중문과등 일부학과를 제외한 대부분 학과에서 본교 출신자의 대학원 진학 기피현상이 심화,독문과의 경우 30여명의 졸업예정자중 진학희망자가단1명에 불과,결국 모집예정인원 12명의 4 분의 1인 3명만뽑았다. 모집정원 30명인 영문과도 지난해 20명에 이어 올해도 18명을 뽑는데 그쳤으며 교양강좌 운영에 필요한 조교인력마저 부족한 실정이다.
사회대도 사정이 비슷해 경제학부의 경우 65명 모집예정이었으나 36명에 그쳤고 사회.외교학과를 제외한 대부분 학과에서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사회대는 박사과정 진입자도 당초 65명을 뽑기로 했으나 지원자가 줄어들어 53명만 뽑았다.
이같은 현상은 91년부터 4년째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특히 인문대의 본교출신 대학원 진학자는 전체 합격자의 48%에 불과했다. 서울대는 타대학 졸업자들의 지원으로 응시자가 정원을 훨씬 넘었으나 이들의 수준이 크게 떨어져 전공및 어학시험에서 과락 점수를 맞아 결국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반면자연대.공대등 이공계열 분야는 해마다 대학원 입시에서 높은 경쟁률을 보여「입시전쟁」이 빚어지고 있으며『대학원 정원을 늘려달라』는 건의가 잇따르는등 인문사회계와는 큰 대조를 보이고 있다. ◇문제점=이같은 현상은 최근 해외유학을 마친 박사학위 소지자가 국내에서 취업하지 못하고 시간강사로 전전하고 있는 현실등으로 인해「공부하면 실업자된다」는 인식이 확산된데 따른 것이다. 또 연구여건이 취약하고 장학금.기혼자 주거시설등 학업에만 전념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지 못한데다 92년부터 대학원졸업자에 대한 병역혜택제도(석사장교)가 폐지된 것도 이같은 현상을 가속화 시켰다는 지적이다.
이에따라 대학원진학을 기피하는 반면 합격후 장래가 보장되는 사법.행정고시 준비생이 급격히 늘어나 인문사회계 3,4년생의 50%가량이 전공을 뒷전으로 미루고 고시공부에 매달리는 현상이벌어지고 있다.
실제로 非법대생중 고시합격자 비율이 해마다 늘어나 지난해 사법시험에서 서울대합격자 1백59명중 16%에 해당하는 26명을기록했다.
인문대 김남두(金南斗.철학)교수는『이대로 가다가는 가뜩이나 연구기반이 취약한 국내 인문.사회과학분야가 고사(枯死)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대학원생에 대한 생활급수준의 장학금지급등 학문후속세대의 성취동기를 일으킬 수 있는 획기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芮榮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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