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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로기쁨찾자>공동모금-선진국의 모범과 우리의 과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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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이웃돕기 성금의 민간이양 작업과 함께 지난해말 정기국회에 상정됐던 「사회복지공동모금법」(안)이 해를 넘겨 연초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전망이다.곧 법이 통과되고 시행령이 마련되면 올해안에 우리나라도 선진국 유형의 지역공동모금 기구들을 갖게된다.
지역공동모금은 단순히 기부금 공동모집에만 중요성을 갖는게 아니다.모금및 배분과정에 지역 주민들이 직접 참여함으로써 관내의낙후된 사회복지 현실을 깨닫게 되고 자원봉사를 활성화하게 된다. 또 프로그램 경쟁과 평가를 통해 자금을 방출함으로써 시설.
기관들이 서비스의 질과 책임성을 높이게 된다.
바야흐로 지역사회 사회복지 사업 전반에 주민들의 개입과 통제가 시작되고 이에따라 시설.기관들의 서비스의 질 향상,개방체계로의 전환등 전문 민간복지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공동모금법안의 국회처리를앞두고 이를 실시하는 세계 각국의 동향과 우리의 과제를 살펴본다. 美.日을 비롯,오늘날 지역공동모금을 운영하는 나라는 모두32개국이다.주로 英.美의 영향을 받은 나라들로 서구에선 벨기에.캐나다. 호주가 이 제도를 갖고 있다.
그밖에 멕시코.베네수엘라등 몇몇 남미국가와 쿠웨이트.모리셔스.남아프리카공화국등 중동.아프리카 일부 국가들이 이를 실시한다. 아시아에선 일본외에도 싱가포르.홍콩.대만.필리핀.태국등이 실시하고 있다.
또 최근에는 헝가리.러시아.이스라엘등이 이를 실시하고 있거나준비중에 있다.
이같이 공동모금 실시 국가들은 세계적으로 해마다 늘어가는 추세다. 한편 이들 실시 국가들은 1973년 국제공동모금회(United Way International)를 구성해 정보교환과협력을 다지고 있다.
지역공동모금은 19세기 말 미국에서 시작됐다.1887년 덴버市에서 사회복지 기관 단체들의 연합체인「자선조직협회」(COS)가 주축이 돼 공동모금을 벌이고 이어 1913년엔 클리블랜드상공회의소가 자체 모금국을 설치,기업들의 기부금을 일원화했다.
이후 지역공동모금은 20세기들어 美 전역에 확산되다가 이 전국기구는 1970년「유나이티드 웨이 오브 아메리카」(United Way of America)라는 이름으로 개칭,오늘에 이르렀다. 현재 미국에선 공동모금회 전국조직이 1년에 40억달러(약 3조2천억원)를 모금해 산하 2천3백개의 회원기관에 재정지원하고 있다.
각 지역 유나이티드 웨이의 참가자 모두 자원봉사자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한 지역 공동모금회는 보통 1백명이상씩 이사를 두고 산하에 역시 주민들로 구성된 배분.기획.홍보위원회등 분과위원회를 둔다.
이들은 소수의 사무국 스태프들과 더불어 모금회를 운영하며 캠페인을 주도한다.레이건.부시등 역대 대통령들은 모두 전미(全美)공동모금회의 명예총재들이다.
美공동모금회의 주 모금방법은 직장인들의 1% 월급공제(Payroll deduction),기업체 기부금이며 기타 월드시리즈를 비롯한 행사수입.개별성금등이다.
매년 9월 공동모금 캠페인 기간이 되면 美 전역에선 모금 축제가 벌어진다.대통령이 전미공동모금회장과 함께 TV에 등장해 국민들의 모금동참을 호소하면서 각 직장들은 한달간 사우회등이 중심이 돼 자체적으로 유나이티드 웨이 모금목표액을 설정하고 모금운동에 참가한다.
매년 美전역에서 캠페인에 참가하는 이같은 자원봉사자들은 1천만명이 넘는다.모금회에는 또 美 5백대 재벌회사가 대부분 기부금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미국에 이어 공동모금이 가장 활성화된 나라는 일본이다.일본은패전후인 1947년「공사(公私)분리」원칙으로 민간에 대한 정부지원을 끊으면서 정부주도로 공동모금을 시작했다.오늘날 일본에는중앙공동모금회와 더불어 47개 도도부현(都道府 縣)에 지역공동모금회가 설치돼 있다.
미국과 달리 일본 공동모금은 가두.호별방문 모금이 특징이다.
매년 10월 캠페인이 시작되면 도쿄(東京) 지하철엔 왕세자비가등장한다.
그리고 승객들을 상대로 공동모금의 상징인 빨간색「사랑의 깃털」을 꽂아두고 모금동참을 호소한다.이 1주일간의 가두 캠페인 기간이 지나면 일본 전역에선 주로 지방사회복지협의회에 소속된 민생위원등 자원봉사자들이 가가호호를 방문,모금활동 을 편다.「사랑의 깃털」을 꽂아주면 주민들은 2백~3백엔씩 모금통에 넣는다. 최근 일본에선 이 공동모금 수입금이 연2천억원을 넘는다.
그중 호별방문 모금이 전체모금액의 60%이상을 차지한다.이 모금된 돈이 모두 사회복지 시설.기관들에 전달돼 해당 지역사회의복지사업에 쓰임은 물론이다.
우리나라에서 공동모금 시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지난 70년 당시 보사부는 사회복지사업법을 개정,공동모금 조항을 신설했다. 이에따라 그해 1월 한국사회복지협의회가 중심이 돼「한국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구성되고 72년 11월부터 두달간 제1회 캠페인이 실시됐었다.
그러나 이 캠페인은 홍보및 민간 지도력 부족등의 이유로 성금이 거의 걷히지 못한채 실패로 끝나버렸다.이후 공동모금은 83년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에서 관계조항마저 삭제돼 현재까지 법인체만 살아있을뿐 유명무실한 상태다.
한편 보사부는 이 과정에서 80년도말 사회복지사업기금법을 제정,해마다 매스컴의 협조로 진행되는 연말연시 이웃돕기성금을 기금으로 관리해 왔다.
특히 92년부터는 한국신문협회.방송협회.전경련등 20개 주요민간 경제.사회단체들로「이웃돕기운동추진협의회」를 구성,향후 공동모금 시대에 대비토록 했다.이 협의회는 매년 연말에 한시적으로 구성돼「사랑의 열매」를 상징 마크로 해 이웃 돕기 캠페인을벌이고 있다.
93년도에 모아진 국민성금은 중앙이 39억원,지방이 1백40억원등 총1백80억원.정부는 매년 이렇게 모아진 이웃돕기 성금을 30억~40억원씩 사회복지시설 월동비등으로 방출하고 나머지는 사회복지사업기금에 적립했다.
중앙정부외에 지방에서 걷히는 이웃돕기 성금은 지방 시.도가 조례등으로 특별관리한다.현재 중앙의 보건복지부가 적립해 가지고있는 성금액은 약3백50억원.보건복지부는 내년에 중앙공동모금회가 창립되면 이 적립기금을 중앙모금회에 이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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