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비즈] 송도에 쇼핑센터 만드는 ‘쇼핑공간’개발전문가 파커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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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우리나라에선 비싼 제품, 적어도 중간 가격대 이상의 제품은 대부분 백화점에서 팔린다. 서울 명동 같은 번화가에 상징적으로 단독 매장을 내기도 하지만 절대 매출 비중은 백화점 몫이다. 한 곳에서 여러 상품을 비교할 수 있고, 서비스가 좋다는 백화점의 장점 때문이다. 백화점 위주의 한국 쇼핑 문화에 도전장을 낸 곳이 있다. 미국의 쇼핑센터 개발·운영업체인 터브먼이다.

이 회사의 아시아 지사인 터브먼아시아는 2010년 개장을 목표로 인천 송도국제업무단지에 미국식 쇼핑센터 건설을 추진 중이다. 최근 방한한 모건 파커(34·사진) 터브먼아시아 사장을 만나 복안을 들어봤다.

-한국 진출 계기는.
 
“아시아 국가 가운데 한국 유통업계의 공급 부족 현상이 가장 두드러졌다. 한국의 중고가 시장은 백화점이 지배한다. 한국 백화점의 상품 구성과 서비스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소매업자와 소비자들은 이제 그 이상을 원한다.”
 
-세계 유통업계 최신 트렌드는.
 
“브랜드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소매업자는 브랜드를 더 많이 알리고 싶어하고, 소비자는 좀 더 가까이 느끼고 싶어한다. 백화점은 장소가 비좁고 관리 통제가 엄격해 브랜드 이미지 구축에 한계가 있다. 쇼핑객들은 매장 인테리어와 음악 등을 통해 오감(五感)을 동원해 브랜드를 즐긴다. 그리고 좀 더 다양한 상품 구색을 원한다. 백화점이 하기 힘든 영역이다.”
 
-생활 수준에 따라 쇼핑의 행태가 바뀌는가.
 
“선진국으로 갈수록 쇼핑은 ‘필요한 것을 사는 행위’가 아니라 ‘놀이’ ‘여가’가 된다. 그런 의미에서 쇼핑몰은 선진국형 쇼핑 행태다. 상점·음식점·영화관 등을 갖춰 가족 단위 손님을 끌어 모으고 다양한 경험을 시켜준다. 일종의 도심형 테마파크다. 백화점은 효율적으로 물건을 파는 데 관심이 집중돼 있다. 한국은 교육·소비 수준이 높은 소비자가 많다. 또 해외여행이나 간접 경험을 통해 쇼핑 문화에 대한 인식이 상당한 수준에 올라 있다.”
 
-국내에도 대형 쇼핑몰이 여럿 있는데.
 
“글로벌 스탠더드의 쇼핑몰은 매장 구성과 배치·관리에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이런 기준으로 보면 한국의 쇼핑몰은 세계표준이나 한국 소비자의 눈높이에 이르지 못했다. 의류 매장 바로 옆에 국숫집이 있는 식으로, 어울리지 않는 매장들이 불규칙하게 흩어져 있다. 이런 운영 방식이 탐탁지 않아 한국에 들어오지 않은 글로벌 브랜드가 꽤 있다.”
 
-그런 브랜드의 진출이 예상되는가.
 
“미국의 유명 캐주얼 브랜드와 전자업체가 터브먼 쇼핑센터와 함께 한국에 진출할 계획이다. 직영 매장이든, 백화점이든, 마땅한 장소를 찾지 못해 망설이던 브랜드들이다.”

박현영 기자
 
◆터브먼(Taubman)=50년 역사의 쇼핑센터 개발·운영 업체. 본사가 있는 미국과 세계 주요 도시에서 쇼핑센터를 운영한다. 3월 착공 예정인 인천 송도국제업무단지 내 쇼핑센터는 2010년 완공되면 150개 국내·해외 브랜드 매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쇼핑센터 건물 안에 백화점과 대형 마트 한 곳씩 입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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