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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 인프라 취임 전에 깔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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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7일 오후 4시30분 대통령직 인수위의 기획조정분과 곽승준 간사가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을 민영화하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산은 민영화는 이명박 당선인의 공약 사항이다. 정치권이든 경제계든 언제인가는 되리라고 여겼지만 이 정도일 것이라고 예상치는 못했다. ‘메가톤급’ 뉴스였다.

 일요일인 6일 오후 3시엔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이 “부총리제는 폐지하고 현행 18개인 부처도 12∼15개로 줄인다는 원칙으로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정부조직 개편안이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얘기였다. 통폐합 부처에는 사선을 넘나드는 ‘블랙 선데이’가 됐다.

 업무보고 첫날인 2일엔 교육부가 대학입시 관련 업무에서 손을 뗀다는 발표가 있었다. 진보 정권 10년의 교육정책 상징이었던 ‘3불(본고사·고교등급제·기여입학제)’ 정책이 결과적으로 크게 뒤흔들리는 내용이었다.

 이명박 인수위가 숨가쁘게 뛰고 있다. 거의 매일 대형 발표가 이어지고 있다. 김영삼(YS)·김대중(DJ)·노무현 인수위 때와 비교해 빈도와 내용의 밀도에서 크게 다르다.

 이동관 대변인은 “이 당선인이 공들여 공약을 준비해온 과정을 보면 수긍할 만한 속도일 것”이라며 “이 당선인은 ‘준비된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수위 기간 중 이명박 정부를 위한 인프라를 까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인수위의 일정표는 촘촘하다. 8일까지 업무보고를 마치면 2월까지 ‘정책방향→구체적 실행계획→예산 소요 계획’까지 모두 담긴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 한 인수위 관계자는 “노무현 정부가 출범 이후 한동안 로드맵을 만든다고 토론하면서 시간을 보낸 것과 달리 우리는 출범과 함께 곧바로 일을 시작할 수 있도록 모든 준비를 끝내야 한다는 게 이 당선인의 지시”라고 전했다.

 이경숙 인수위원장은 “어떤 일을 시작할 때 숙고에 숙고를 거듭하지만 일단 결정되면 강력하게 추진하는 게 이 당선인의 스타일”이란 말도 했다.

 이 당선인이 권력의 속성도 염두에 뒀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조직 개편이나 교육 개혁 등은 하나같이 난제들이다. 권력이 가장 셀 때 아니면 해결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YS가 취임하자마자 군내 사조직인 ‘하나회’를 척결한 여세를 몰아 금융실명제까지 전격 도입한 게 그 사례다.

 이 당선인와 가까운 인사는 “ ‘이명박 정부는 다르다’는 인상을 국민에게 심어줘야 취임 초 개혁정책 드라이브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4·9 총선의 영향도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은 당선부터 총선까지 100일간의 성과로 평가받을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얘기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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