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몸에 좋다고 다이어트만 할 수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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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인수위 업무보고를 마치고 나온 통일부 간부들의 표정은 들어갈 때의 굳은 표정과 사뭇 달랐다. 외교부와의 조직 통폐합을 기정사실화하는 인수위원들의 발언이 없었기 때문이다. 통일부의 한 간부는 “2시간10분 동안 ‘폐지’란 단어는 한 차례도 나오지 않았다”며 “우려만큼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고 말했다. 기능은 조정하되 부서 자체는 존치하는 쪽으로 분위기가 선회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인수위 관계자는 “통일부 폐지는 찬반 양론이 엇갈려 별도의 여론조사를 실시한 뒤 최종 결론을 내리는 데 중요한 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동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극소수 인원이 참가해 숙고를 거듭하고 있으며 최종안은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부조직 개편의 중심은 정부조직 운영 효율화와 이를 위한 기능 재편”이라며 “몸에 좋다고 다이어트만 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도 했다. 통일부 존재 이유가 인수위원들 사이에서도 공감을 얻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날 인수위원들은 통일부 간부들에게 “국민이 통일부의 존재 이유를 확실하게 공감할 수 있도록 방향을 재정립하고 당면 과제인 북핵 폐기에 최우선 순위를 두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통일부 존치를 전제로 한 요구로도 들린다.

한 관계자는 “외교통일안보 분과 위원들은 대체로 통일부의 존재 이유를 인정하는 편이나 정부조직 개편 작업을 총괄 지휘하는 정부혁신·규제개혁 TF팀 위원들의 생각은 다르다”며 “결국 당선인의 결심에 따라 최종 결론이 내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업무보고에서는 남북 교류 협력기금 운영이 도마에 올랐다. 인수위원들은 “지난해 11월 말까지 4조2010억원이 사용된 협력기금에 통일부의 재량이 너무 많고 감사원의 감사도 받지 않아 사실상 ‘묻지마 지원’이 될 수 있다”며 “협력기금은 국민의 세금으로 쓰이는 만큼 투명성·경제성·효율성의 관점에서 국민이 바라는 방향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통일부는 ▶쌀·비료 지원 등 순수 인도적 사업과 재정 부담이 없는 사업은 정상적으로 추진하고 ▶자원 개발 협력 등 타당성과 필요성이 확인된 사업은 협력기금 범위 내에서 추진하며 ▶사회간접자본 건설,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조성, 조선단지 건설 등 중장기 협력사업은 타당성 확인을 거쳐 진행하겠다는 선별 추진방안을 보고했다.

예영준 기자 , 사진=조용철.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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