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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이름으론 안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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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나라당에 신당 창당이라는 격랑이 몰아치고 있다. 수도권 소장파 의원들과 영남권 일부 재선 의원 등으로 구성된 구당모임이 이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23일 구당모임 대변인격인 권영세 의원은 "창당준비위를 구성해 제2창당 작업을 3월 15일까지 완료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공식 발표는 "제2창당"이었지만 비공개 회의의 결론은 이보다 한발 더 나아간 "신당 창당"이었다고 한다.

특히 소장파들이 주축이 된 이런 움직임에는 김덕룡 의원 등 당 중진들까지 가세하고 나섰다.

◇왜 신당인가=총선 때문이다. 영남권 의원들과 달리 수도권 의원들은 위기감을 토로하고 있다. 차떼기로 대표되는 부패 정당의 이미지를 씻어내지 않고선 선거를 치르기 어렵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단순히 대표의 얼굴만 바꾸는 전당대회로는 열린우리당과 경쟁할 수 없다는 생존논리를 제시하고 있다.

원희룡 의원은 "단순 이벤트를 통해 지지율을 올리는 식의 접근으론 안 된다"며 "법통을 새로 만드는 창당대회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소장파 내부에선 5, 6공 청산 등 주도세력 교체론까지 들먹이고 있다.

신당 창당은 崔대표에 대한 압박의 의미도 있다. 신당의 명분으로 崔대표가 당무에 관여할 여지를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소장파들의 이런 흐름에 맞춰 김덕룡 의원은 "이번 전당대회는 수구부패와 차떼기라는 한계를 털어내고 신당을 창당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며 "새 대표는 합의하에 만장일치로 추대했으면 좋겠다"고 가세했다. 그는 "나는 출마하지 않고 합의를 이끌어내는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金의원은 강재섭 의원 등 중진들과의 의견 조율에 나서는 등 세 확산 작업에 착수했다.

◇어떻게 창당하나=신당파들은 2000년 1월의 새천년민주당 창당 방식을 염두에 두고 있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오전에 국민회의 전당대회를 열어 당 해산을 의결하고 오후에 새천년민주당을 창당하는 대회를 열었다.

남경필 의원 등 소장파는 제2창당준비위가 주도해 1차 전당대회에서 당 해체를 결의한 뒤 별도로 창당대회를 열어 새 대표를 뽑는 2단계 방식을 거론하고 있다.

한 의원은 "崔대표가 제2창당준비위 발족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별도로 당 밖 인사들까지 포함해 창준위를 구성하는 방안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제대로 될까=가장 큰 걸림돌은 시간이다. 3월 15일까지는 불과 20여일밖에 남지 않았다. 신당파들은 창준위 구성부터 전당대회까지 숨막히는 시간과의 싸움을 벌여야 한다.

신당파의 한 의원은 "선관위에 문의한 결과 신당 창당대회의 경우 선거법 규정을 받지 않는 만큼 3월 15일 이후에도 가능하다는 회신을 받았다"고 했지만 마냥 시간을 끌 수는 없다.

당내 공감대를 얼마나 이끌어낼지도 미지수다. 영남권 의원들은 수도권 의원들에 비해 절박감이 덜하다.

영남권 의원들은 "선거를 앞둔 당의 급격한 변화가 반드시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신당 창당 과정에서 반대파의 반발이 거셀 경우 당은 자칫 분당의 회오리에 휩싸일 수도 있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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