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따뜻한 세상… 예븐 마음이 빛을 발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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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근한 털스웨터처럼 따스한 그림책이 나왔다. 예꿈이 펴낸 『뜨개질 소녀, 넬』은 수줍음 많은 꼬마숙녀들을 위한 동화다. 고사리 손으로 이웃에게 사랑을 전하는 넬. 세상을 따듯하게 만드는 예쁜 마음가짐을 만나보자.


넬은 수줍음이 많은 여자아이다. 어느 날 친구에게서 ‘네 목소리는 꼭 목쉰 귀뚜라미 소리 같아’란 말을 들은 이후 말수가 줄었다.
그 날 이후 넬은 뜨개질을 시작했다. 버스를 기다리면서도,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공부를 할 때도 뜨개질을 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넬을 ‘뜨개질 소녀’라고 부른다.
말없이 뜨개질만 하는 넬을 친구들은 곧잘 놀려댔지만 넬의 뜨개질은 멈추지 않는다. 온 식구들에게 목도리를 선물하고 갓 태어난 사촌동생에겐 담요를 만들어 줬다. 고아원에 사는 아이들에게 양말과 모자와 장갑을 안겨주고 전쟁이 벌어진 먼 나라에도 보냈다. 넬에게 뜨개질은 말 대신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이다. 다른 사람들을 위해 옷가지를 만드는 넬의 마음은 포근한 털실만큼이나 따듯하다.

한 땀 한 땀 사랑을 뜨는 넬의 따듯한 마음은 마을축제에서 빛을 발한다. 마을의 재주꾼을 뽑는 시상식에서 최고의 뜨개질상을 받았는가 하면 이웃들에게 많은 선물을 한 공로로 시장님의 특별메달까지 목에 걸었다. 친구들은 더 이상 넬을 이상한 아이로 여기지 않는다. 친구들도, 가족들도, 마을사람들도 모두 넬을 자랑스러워했다. 이제 넬은 친구들과 함께 뜨개질을 한다. 흥겨운 귀뚜라미 목소리로 말도 많이 늘었다. 뜨개질 소녀는 그렇게 행복한 아이가됐다.

작가 줄리 저실드 로스는 이웃의 독서클럽 어머니 회원들의 모습에서 이 책의 영감을 얻었다고 말한다. 늘 뜨개질을 하면서도 수많은 다른 일들을 해내는 어머니들. ‘개를 산책시킬 때도, 욕조 안에서도 뜨개질을 하는 걸까?’하는 의문이 사랑스런 넬을 탄생시킨 출발점이었다. 수채화처럼 화사하고 아기자기한 그림은 편안하고 따스하다. 자신만의 재주로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사랑을 전한 넬을 통해 잔잔한 감동을 느껴보자. 수줍은 성격의 아이, 매사에 자신이 없어하는 5∼8세 어린이에게 권한다.  

프리미엄 이경석 기자
자료제공= 예꿈 / 02-2278-3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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