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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사후의북한을가다>좌담회-2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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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中央日報는 연변 보따리 장수로 위장,김일성(金日成)사후(死後)북한의 실상을 생생히 보도한 이찬삼(李讚三)시카고 中央日報국장의 동토잠행 연재를 마치며 북한 전문가들의 좌담회를 마련했다.좌담회에 참석한 강인덕(康仁德)극동문제연구소장과 박영규(朴英圭)민족통일연구원 국제실장은 이번 기사가 우리의 대북(對北)시각을 교정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고 평가하고 지금부터라도 북한현실과 정서를 고려,북한 주민의 가슴에 와닿는 종합적인 대북 정책을 수립할 때라고 말했다.
[편집 자註] ▲李국장=맞습니다.최소한 김일성 사망 1주기인7월8일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잠행취재 과정에서 지금보다 생활이 나빠질 수는 없다고 말하는 주민들을 수없이 만났습니다.게다가 가까운 시일안에 일본으로 부터의 배상금문제와 나진.선봉지구 투자 문제등이 해결될 것이고 이 경우 1백억달러 정도의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예상됩니다.따라서 김정일로서는 이 돈이 본격적으로 들어와「생활을 풍요롭게 해주신 분」이라는 선전과 함께 등장하려는게 아닌가 여겨집니다. ▲康소장=모든 독재지도자의 후계자가 그랬듯이 새지도자는 전임지도자에 대한 차별화가 필요합니다.김일성이나 주체사상을부인할 수 없는 김정일로서는 국민생활향상과 대대적인 세대교체 인사를 통해 김일성과의 차별화를 달성하려 할 겁니다.단 기적으로는 북한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금이나 외화.조총련 자금등을 풀어 식량문제를 해결하려 할텐데,아마 어느정도는 해결할 수 있다고 봅니다.이와함께 통제된 형태의 부분적인 개방도 하고요.문제는 시장경제를 도입하는 식의 근본적인 개혁 없이 경제회생을 기대할 수는 없다는 점이죠.
▲朴실장=폐쇄사회를 고집해온 북한이 전면 개방할 경우 정권이위험하다는 것은 당연합니다.주민들은 체제비교 과정에서 속았다는느낌을 갖게 돼 민중봉기와 정권투쟁으로 이어지게 마련입니다.따라서 김정일 정권은 극도로 제한적인 개방정책을 채택하겠지만 이경우 기존의 특권층만 계속 이익을 보게 되고 일반주민들의 생활향상은 기대하기 힘들게 되죠.
▲康소장=중국이 개방정책을 채택할 때 가장 먼저 들어간 것은홍콩과 동남아시아의 3천만 화교였습니다.결국 북한의 제한적인 개방이라 하더라도 남한의 자본이 들어가야 하는데 우리기업이 안심하고 투자한다는 것은 북한의 체제가 바뀌거나 최소한 북한이 남북협상에 나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현재로서는 개혁을 위한 개방은 어렵다고 봅니다.
따라서 우리는 美.日이 지난 70년대에 중국에 들어가는 과정에서 무엇을 요구했는지 등을 참고해 구체적인 계획을 짜는 치밀한 작업 을 해야할 때입니다.
▲朴실장=김정일이 현재 당과 군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다는 사실은 의심할 바 없습니다.또 우상화 작업도 강화되고 있습니다.
다만 김정일의 카리스마가 김일성에는 못미치기 때문에 당중앙중심의 집단지도 체제가 될 가능성이 있고 이 때 군부 의 영향력은급속도로 커질 가능성이 높습니다.더구나 군부는 지난 92년 헌법 개정으로 자신들의 영향력 행사 근거를 마련했고 최근 군부내차수들의 당서열도 급속히 상승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康소장=바로 그점 때문에 안전보장을 위한 국제공조체제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김정일의 권력승계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김일성에 비해 카리스마가 현저하게 낮으므로 개방등을 둘러싸고 정책갈등이 생길 수 있습니다.결국 이데올로기 투쟁과 권력투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李국장=이번에 북한을 잠행취재하는 과정에서 식량난보다 가슴아프게 생각된 것은 인권문제였습니다.주민들은 노동당의 중간간부들로부터 인격적인 모독은 물론 폭행도 예사로 당하고 있습니다.
당간부들이 여자를 상대로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부으면서 팔꿈치로 얼굴을 내려치는 장면을 여러차례 목격했습니다.남한에 대해서도 부정부패등 갖가지 왜곡된 정보로 남한처럼 사느니 차라리배고프게 사는 것이 낫다고 얘기합니다.이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康소장=연변등에서 일부 남한 사람들이 보여준 졸부 행태를 반성해야 합니다.즉 우리가 북한보다 잘산다,이런식의 섣부른 대북(對北)우월주의나 이기주의는 북을 위해서나 남을 위해서 결코 바람직한 것이 아닙니다.
앞으로 본격화될 대북 접촉과정에서 북한 동포를 접촉하게 되는기업인이나 해외동포.종교인등이 잘해줘야합니다.북한 동포를 가슴에서 우러나는 진실한 마음으로 대해야 합니다.민주사회가 좋은 이유를 서두르지 말고 행동으로 하나씩 보여줘야 합니다.또 북한동포들이 굴욕감이나 좌절감을 느끼지 않는 상태에서 도와주어야 합니다. ▲朴실장=북한은 우리정부를 배제한채 미국과의 단독회담을 고집하고 있습니다.北-美핵협상 타결을 계기로 미국도 우리 입장만을 일방적으로 지지하던 입장을 바꾸고 있는 거죠.
우리가 특별히 북한을 변화시킬 지렛대도 없는 상태에서 대화를위한 대화만을 추구할 경우 우리 스스로를 구속하는 결과를 빚게될 가능성도 있습니다.북한의 변화는 피할 수 없는 대세고 북한이 실제 변화하도록 촉진하는 국제공조체제 구축 이 시급합니다.
[정리=崔源起.崔相淵기자] □ 참석자 □ 康仁德〈극동문제 연구소장〉 朴英圭〈민족통일 硏 국제실 장〉 李讚三〈시카고 中央日報 편집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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