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토뿐 아니라 나라 경제도 암살당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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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토가 죽은 게 아니라 상인들이 죽었다.”

 지난해 12월 27일 피살된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의 피살을 보는 상인들의 절박한 목소리였다. 이슬라마바드 마비 거리에 있는 ‘파키스탄 수공예 하우스’사. 시내에서 가장 큰 각종 수공예품 판매회사로 한국에도 매년 수십만 달러어치를 수출한다. 5일 오전 이곳에서 만난 라술 칸 사장은 “부토 피살은 곧 상인 피살”이라고 단언했다.

(1월 7일자 20면 보도)

지난해 12월 27일 부토 암살 사건 이후 하루 40여 명에 달하던 본사 매장의 외국인 관광객은 한두 명으로 확 줄었다. 그나마 내국인 손님이 적지 않아 겨우 버티고 있지만, 매출은 이전의 절반에 불과하다. 칸 사장은 “이런 사태가 계속되면 한두 달 뒤에는 직원 20여 명 가운데 10명 정도를 해고할 수밖에 없다”며 울상을 지었다. 부토 죽음 여파가 경제위기로 치닫고 있음을 말해 준다.

 다음달 18일로 예정된 총선에 관심을 가진 시민들은 “죽은 부토가 산 무샤라프를 이긴다”고 외치고 있다. 이슬라마바드 리파흐대학 화학 엔지니어링 학과 2년생인 류데라(여)는 매일 부토가 이끌던 파키스탄인민당(PPP)사로 출근한다. 그곳에서 매일 한 시간 단위로 열리는 부토 추모기도에 참석하고 있다. 그러면서 다음달 총선 자원봉사자로 일하기로 결심했다. 이런 시민들이 하루에도 30여 명씩 PPP당사를 찾는다는 게 이브네 무하마드 리즈비 당 사무총장의 말이다. 류데라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부토는 죽지 않았습니다. 내 가슴과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파키스탄 국민의 가슴속에 영원히 살아 있어요. 그게 저와 민주를 사랑하는 시민들이 이곳을 찾아온 이유입니다”라고. 부토는 여전히 파키스탄 국민의 마음속에 살아 있었다.

이슬라마바드에서 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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