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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신당은 새로운 피로 바꿔야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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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한국 사회는 건전하고 튼튼하며 효율적인 야당을 어떻게 재건해야 할 것인가. 대통합민주신당의 쇄신 작업 풍경을 보면 이 같은 고민이 깊어진다. 이 당을 어떻게 수술해야 할지, 수술이 불가능하다면 어떤 야당을 어떻게 새로 만들어야 하는지 책임 있는 사회 구성원들은 고민해야 할 것 같다. 거대한 ‘이명박+한나라당’ 권력에 맞서 견제와 균형의 기능을 담당해야 할 건전 야당은 꼭 필요한 존재다.

하지만 대선에서 유권자의 준엄한 분노를 목격하고도 신당은 아직 사태를 읽지 못하고 있다. 어떤 세력은 정통민주개혁 세력이라고 요란하게 자찬하면서도 한나라당을 배신하고 합류한 인사를 합의 추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가 하면 불법 정치자금 스캔들로 사법 처리됐던 인사는 자신이 당을 맡겠다고 나섰다. 야당(한나라당)에 있다가 여당(열린우리당)으로 옮겼던 인사는 당이 풍전등화인데 먼저 탈당했다. ‘노무현 실정’의 공동 책임자들이 충격적인 대선 패배에 책임을 지겠다는 모습도 찾아보기 어렵다. 원내대표를 지냈던 김한길 의원이 어제 정계 은퇴를 선언한 게 고작이다. 선거 전 “국민이 노망든 것 같다”고 했던 전직 당의장, 친북 보안법 위반자를 법망으로부터 감싸 주려 한 전직 법무부 장관, 국군을 폭행했던 대추리 시위자들을 옹호했던 전직 총리 등은 입을 닫은 채 4월을 쳐다보고 있다.

 신당은 피를 바꿔야 한다. 몸체를 유지하든 새로운 몸체를 만들든 새로운 피로 새로운 정치를 해야 한다. 민주화 운동 경력의 독선과 포퓰리즘에 물들지 않고, 국가의 한쪽 날개를 맡아 공동체 가치를 지켜 나갈 수 있는 건강한 피가 새로 들어와야 한다. 4월 총선에서 유권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새 얼굴과 새 목소리를 야당 세력은 내놓아야 한다. 한국 사회에는 이 혈액의 역할을 담당할 능력 있는 인물군이 있다. 끈적끈적하고 탁해진 낡은 피는 스스로 빠져나가야 할 것이다. 신당은 오늘 중앙위원회를 연다고 한다. 지도부 구성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 고민해야 할 문제는 ‘존재의 이유’다.